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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3 08: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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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학과입니다. 정형외과는 아니지만 관절염 진료도 하고 있어서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아는대로 혹은 추측 섞어서 답을 해봅니다.
뇌척수액을 뽑아서 줄기세포를 추출하여 무릎에 주사를 놓고 가격이 대략 700만원이라는 것을 보면 두가지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일단 제가 아는 통상적인 관절염 치료는 아닙니다.)
첫번째로 긍정적으로 보자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치료법이거나 두번째 코오롱제약 인보사를 따라한 벤치마킹입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치료라면 제가 아는 바가 없어서 뭐라 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만큼 효과나 위험성이 철저하게 검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인보사 사태는 논문조작으로 결과를 조작했던 사태인데요. 그 당시 발매가격은 정확치 않으나 당시 시술 가격이 대략 700만원 정도에서 800만원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인보사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제가 봤던 논문에 따르면 결국 인보사의 관절염 치료 기전도 염증을 가라앉히는 기전으로 연골을 재생산하는 기전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관절강내 염증을 가라앉히는 어찌보면 임시치료 였습니다. 당시 논문도 히알루로닉산과 비교한 논문이었고 약간 유의하게 더 효과가 좋다는 수준이었습니다. 어차피 흔히 말하는 뼈주사라고 하는 트리암시놀론과는 효과면에서 많이 떨어졌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요새 비급여 통증치료에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서 자세한 기전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채 낙관적인 결과만 설명하고 시술을 하는 추세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가성비를 무시한 채 고가의 시술이 늘어나는 이유는 아마도 실비보험을 노리고 비급여임에도 실비보험사의 보험금을 통해 잇속을 차리려는 도덕적 해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여간 결론적으로 별로 그다지 추천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은 완치라는 것이 없습니다. 누구나 생길 수 밖에 없으며 예방하거나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료실에 오는 환자들에게 낫는 것은 불가능하며 최대한 수술 안하고 오래 통증을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설명합니다.
물론 연골이 찢어지거나 인대 손상으로 관절경 수술을 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 하겠지만 인공관절 수술은 가장 마지막에 고려되어야 할 수술입니다. 스테인리스 재질이든, 세라믹이든, 지점토든 인공관절은 오랜 시간 버텨줄겁니다. 하지만 인공관절이 연결되어 있는 사람의 뼈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더라도 약 10년 정도 잘쓰면 진짜 오래 잘 썼다고 판단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재수술을 해야하는데 재수술은 처음 수술에 비해서 훨씬 어렵고 위험할 수 밖에 없겠죠. 그러므로 수술을 고려하는 것보다는 언덕이나 계단 내리막길을 조심하고 무거은 짐을 짊어지고 다니는 버릇을 고치면서 무릎을 아껴쓰고 다리 근육 강화 운동을 하면서, 간헐적으로 약물을 먹거나 하면서 버티다가 도저히 안되면 뼈주사를 맞으면서라도 버텨보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그래도 안되면 수술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죠.
그리고 간혹 환자들이 말하는 것이 엑스레이 찍어보면 연골이 남아있지 않다고 수술을 해야 하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목적은 통증입니다. 통증이 방사선 소견에 우선하므로 수술을 할지 말지에 관해서는 본인이 느끼는 통증의 강도가 훨씬 중요할 것입니다. 아무리 연골이 다 닳았어도 통증이 심하지 않고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면 수술이나 시술을 할 이유가 없으며, 방사선 소견으로 아주 멀쩡한 무릎이라고 하더라도 통증이 심하다면 원인을 진단해서 더 깊은 치료를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어머님이 생활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따져보시고 치료를 고민하는 것이 맞아 보입니다. 치료는 유행따라 하는 것이 좋은 경우가 별로 없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