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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5 15: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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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그냥 생각나는 책들이였어요. 이 중 인생책을 고르라면 길은여기에 정도? 이 책 덕분(?)에 미우라 아야코의 책들을 사 모았으니까요. 그리고... 음... https://ko.wikipedia.org/wiki/미우라_아야코 는... 소설가이긴 한데... 솔직히 수필집이 가장 좋고 그 다음은 수필집과 조금 결이 다른(어쩌면 비슷한가?) 기독교 교리 소개서가 좋고 소설은... 제 취향은 아니였습니다. 위키의 소개에 의하면 "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치고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 번역된 작품 수가 가장 많은 일본 작가로 조사되었다"고 하네요. 위키의 작품 목록이 빈약한데 (제가 읽었던 책이 더 많아요) 목록에 의외로 제가 읽지 못했던 작품이 있네요. 제목을 보니 소설인 것 같은데.
미우라 아야코와 정말 사랑에 빠졌다고 할 만큼 그녀를 읽었어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지만 우선은 소설 다음은 교리 소개서의 순서로 비늘이 벗겨지더군요. 수필은 정말 좋아요. 만일 읽어보지 않았다면 길은 여기에는 강추.
음... 이 얘기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에요. 옆자리에 않은 친구가 장로교회에 다니던 얘였어요. 그금은 그때보다 장로교회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더 알게되고, 좋은 장로들을 개인적으로 보기도 하고 나쁜 장로들을 사회적으로 보기도 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사랑스럽게 보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더 미워하게 되었지만 (꼬리가 길죠?) 당시는 그냥 개신교 교회였어요. 그러니까... 장로교회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 발단이 이 친구 때문이에요. 어쩌다(?) 종교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가 조금 심하게 비난했어요. 그때가 제 첫 번째 반항기의 끝 무렵이었으니까요. (그 다음 찾아온 반항기, 그리고 또 그 후의 반항기는 아직 끝날 기미가 없지만.)
이 친구 평소에 대단히 유쾌한 까불이였는데... 사람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는 것을 그때 처음 본 것 같네요. 그 전에도 본 일은 있었겠죠. 그렇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본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옆자리에 않아서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화를 내지는 않았어요. 네가 한 말의 뜻은 무엇이냐,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래도 나는 네가 다시 성당에(그래요, 그 친구는 지금 자기 교회 가자는 말을 하던 것은 아니였어요) 다녔으면 좋겠다고 차분히 말을 하데요. 참 작은 친구지만 또 참 커보였어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어요. 할 일도 없고 심심했던 저는 집에 있던 길은 여기에를 펼쳤죠. 이 책은 원래 저보다 나이 많은 친척들 책장을 털어올 때 딸려온 것이었어요. 책을 읽다가 세상에 이런 사람이 진짜 있는가, 예수님이야 이천 년 전 사람이라지만 이 사람은 별로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싶은 인물을 만나게 되었죠.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그러다가... 그 친구 생각이 난 거에요.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그리고 울었어요. 그리고 밖을 봤어요. 그리고 눈 길을 걸어 (엄청 눈 길이였으면 멋졌을텐데, 그 날은 살짝 쌓인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무도 몰래 (그날 따라 일찍 잠드셨더라고요) 밤 11시 성탄미사에 갔어요. 뭐, 그 이후에 얼마나 열심히 성당에 다녔는지 또 왜 안나가게 되었는지 같은 것은 지금 하는 말과 상관 없어요. 중요한 것은 그날이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는 것, 미우라 아야코가 있었다는 것, 내가 울었다는 것.
미우라 아야코의 책들(길은 여기에 뿐 아니라)이 제 인생 책이라면 그런 이유에요. 미우라 아야코가 기독교(주로 개신교) 교리 소개서를 썼다고 위에서 말했어요. 지금에 다시 읽는다면 기독교 교리로 반박할 내용도 있어요. 아니, 기독교 자체를 비판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녀의 삶을 적어둔 수필은 아직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지적인 것은 진실한 것을 이길 수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 그 친구, 활발하긴 했지만 성적은 저와 비교할 수 없었어요. 아마 학교 공부 말고도 알고 있는 것으로 따지면 제가 더 나았겠죠. 그래요, 어쩌면 그 친구를 좋아하지만 무시하고 있었을거에요. 그러나, 그 친구는 참 컷습니다. 그것을 기억합니다.
이래서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부끄럽고 또 저는 비밀이 많은 사람이 매력적이라 생각해서. 모르겠다, 그냥 댓글 올리기 버튼을 눌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