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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0 12: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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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멧님, 님의 주장과 저의 주장을 크게 간추려 본다면,
저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그런데 그 책임을 그 노동자들 개인의 '노력의 부족'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 노동자들이 원한 것은 대기업 CEO와 같은 연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일한 만큼의 대우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노력을 '적게' 했다면, 그 '적게' 한 만큼 받으면 되는 것이다. 520만원어치 일을 했다면 520만원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둘이 해야 하는 위험한 임무를 혼자 하다가 죽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며, 책임을 노동자들 개인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노력은 각 개인의 노력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지, 일도 하지 않고 결과의 평등만을 바라는 허황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노동을 결코 무시하지 않으며, 각자의 노동이 정당한 대가로 보답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면에서, 자신의 노력만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노력은 깎아내리는 사람과는 다르게, 누구보다도 노동의 가치를 더 신성하게 여긴다.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노력한 그 사람 자신이 소유해야 하며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나는 사유재산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가장 강렬한 자본주의자이기도 하다. 제로섬 게임의 시장에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빼앗아 자신의 이익을 불리려고 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자본주의의 파괴자이며, '노력'의 신성한 가치를 파괴하는 용서받지 못할 자들이다.
라는 것입니다.
반면 님은,
노력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김용균씨 이후에는 없거나 극히 소수이다. "젊은 세대들이 더 이상 전태일 김용균 처럼 갈려나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노력의 차이"이다.
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님은, 현실 인식에 대해서, 제가,
'우리 사회가 아직 노동의 보상이 완전하게 보장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고 생각하는 데 대해, 그렇지 않으며,
'우리 사회는 노동의 보상을 완전하게 보장한다'
라고 생각한다는 것이겠죠.
뭐, 이건 각자의 주관적인 현실 인식이니 다를 수도 있어요. 이런 건 님의 말대로 서로 "생각의 차이를 교류"할 수 있는 문제에요.
그런데 님은, 제가 원하는 세상, 즉, 지겹도록 반복해서 강조해가면서, 520만원 어치를 일한 사람이 520만원을 받는, 100만원어치 일한 알바는 100만원을 받는, 노동의 보상이 제대로 보상되는 사회'를
'허황된 유토피아'
라고 주장하고 계세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님이 이 '허황된 유토피아'라고 주장하는, 제가 아직 우리 사회가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회의 모습은, 님이 이미 실제로 우리 사회가 이미 그러한 모습이다라고 주장하는 바로 그 사회에요.
말이 길죠?
자기모순이라고요.
이해가 좀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