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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1 15: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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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라.
생경한 단어를 들은 듯 토끼 가면은 곱씹으며 중얼거렸다. 마치 그 단어를 처음 발음해보는 아이같기도 했다.
-아저씨는 귀신을 믿어요?
"글쎄."
선명해진 아이의 목소리가 건네오는 질문에, 나는 귀신에 대한 감상을 짧게 말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태도를 취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저씨처럼 많은 사람들은 있다고 믿진 않지만 그렇다고 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도 않죠......
그 말대로다. 귀신의 유무에 대한 것은 현대과학으로 입증이 불가능한 부분도 많기 때문에 판단을 유보해두는 것이다.
-그것 알아요....? 귀신은 있어요.....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코지도, 만지지도 못하지만 우리가 있는 공간에, 가끔씩 귀신의 세계가 겹쳐서 존재해요......
-누군가 죽었던 곳, 물이 흘러 기운이 이상하게 엉켜버린 곳, 강한 원념이 있는 곳은.... 삶과 죽음의 순서가 공존하게 되어버리거든요..... 그래서 그런 곳에 한해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가 겹쳐버려요......
-흔히 그런 곳을 심령스팟, 이라고 하지요....
설마 여기도 그런 곳은 아니겠지. 머릿 속으로 불길한 추측하나가 지나갔다. 내가 겁을 먹은 것을 눈치라도 챈 건지 토끼 가면은 심약한 목소리로 처음으로 아이처럼 히히 웃고는 말했다.
-.......여기도 그런 곳이고요. 아, 뒤돌아보진 마세요. 귀신은 해코지는 못해도 장난은 재밌어하거든요.
나는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든다.
1. 그럼 항상 귀신을 본다는 사람들은 뭐지?
2. 내 등 뒤에 귀신이 있어?
3. 지금 이 방에, 귀신이 있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