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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2 13: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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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짝. 짝.
경쾌하고 묵직한 박수소리. 그것은 말 가면이 친 박수였다.
-축하해. 용기내서 얼굴을 보여준 아이를 기어코 다시 악몽으로 쫓아내버렸구나.
-이제 그 아이는 영원히 악몽 속에서 침을 맞으며, 물건을 빼앗기고, 돈을 바치고, 치마는 들춰지고, 팬티 벗기를 강요당할거야.
-그리고 다시 엄마에게 죽기 전까지 두들겨 맞고, 도망친 곳에서는 노숙자에게 강간당해 죽겠지. 몇 번이고.
-....네 말대로, 못생겨서.
-뭐, 솔직한 건 나쁘지 않은데. 적어도, 상처받은 아이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해줄 수는 있잖냐.....
-나도 쓰레기처럼 살고 있지만, 너도 참.......
원색적으로 쏟아지는 비난에,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말, 그만.
그것을 멈춘 것은 순록이었다.
-말을 하는 것은 하는 자의 자유네. 책임 역시, 하는 자의 것이지.
순록 가면은 나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자네 뒤의 귀신, 자네를 원망하고 있어. 이렇게 말하고도 있군.
-'왜 그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한거야...? 착한 아이였는데....' 라고.
-나 역시도 묻고 싶네만, 자네에겐 자네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
-다만 저 귀신. 조만간 자네에게 들러붙을지도 모르겠군. 부적 같은 것이라도 써 두는 게 좋아.
-그 꼬마는 누굴 해칠 성격이 못되어서 자네에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겠지만, 자네 등 뒤의 귀신은 그렇지 않아.
-사람에게 빙의해서 자네를 죽이려 들거나 꿈 속으로 들어가 괴롭힐거야.
"왜 저를...."
-말 하지 않았나. 말하는 자유도 자네의 것이고 책임도 자네의 것이라고.
-아, 그러고보니 두 번째 이야기도 끝난 셈이로군. 내일이 드디어 마지막 이야기가 되겠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자네, 잘 들어가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