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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2 21: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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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야기요."
-친구에 대한 이야기, 좋지.
순록 가면은 담백한 태도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옛적에, 두 친구가 살았어.
-에이 너 먼저, 너 먼저...이렇게 서로 양보하는 그런 친구이면 얼마나 좋겠나 싶지만 그런 친구는 아니었지. 그 둘은 서로의 옆집에 살았는데,
-서로 쌍욕을 주고받는 사이였네.
-씨로 시작하는 욕설부터, 차마 입에 못 담을 그런 것들까지.
-비와 태양. 둘은 늘 그렇게 불렸어. 이름이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 정도로 앙숙이기도 했거든.
-비는 비를 맞는 것을 좋아했어. 창백한 인상에, 조금은 허약해. 얌전하고, 조용히 독서하는 것을 제일 좋아해.
-반면 태양은 땡볕 아래서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지. 또래 애들보다 한 뼘 더 크고 건강했어.
-그런데 둘은 완전히 달랐는데도 언제나 이상한 부분에서 죽이 맞았어.
-큰 사고가 났다 싶으면 언제나 그 둘이었지.
-그렇게 둘은 함께 자랐네.
-그러나 크면서 서로 욕하는 일은 줄어들고, 서로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어버렸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둘의 학교가 갈려버렸거든. 인사나 겨우 하는 정도가 되어버렸지.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오던 날이었어.
-비는 그 날도 빗속에 있었지. 비를 워낙 좋아했으니까. 태양은 비의 뒷모습을 보고 인사를 하려다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네.
1. 비가 우산을 쓰고 있었다.
2. 비는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3. 비가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