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2016-09-20 00:20:05
0
-흠, 왜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 발정난 놈이 섹스를 하지 않는다고? 크큭..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뭐, 결과적으론 댁 말이 맞아. 놈은 섹스를 하지 않았어.
-그 날따라 여자가 없었거든. 정확히는 못했다는 말이 맞겠네. 그런 나같은 놈들은 꼬셔서 먹는 걸 좋아하지 사 먹는 건 질색하거든.
-그렇다고 강제로 하면 그건 또 범죄잖아?
-그래서 그 날은 섹스를 하지 못했어. 대신 집에 일찍 들어갔지.
-그런데 왠일이지? 여자가 대문 앞에 떡하니 서있네? 이게 왠 떡이야~ 떡에 환장하는 놈 앞에 떡이 떨어졌네!
-놈은 떡이나 찧어야지! 하면서 좋구나 달려갔지. 그러다 멈춰섰어.
-'기다렸어' 문 앞에 있는 여자는 애절하게 말했어. 보현이란 놈은 도망치고 싶었지.
-문 앞의 여자는 전혀 여자의 몰골이, 아니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으니까. 여자는 그 정도로 추했어.
-그렇지만 모르는 얼굴도 아니었지. 여자는 학과 동기였으니까.
-원래부터 못생겼었던 얼굴은 아니야, 오히려 여신이라고 숭배받을 정도로 예뻤지.
-스토커에게 황산 테러만 당하지 않았더라도.
-'나랑 한 번만 자 줘.' 여자는 보현이 놈이 도망갈 생각도 못한 채 굳어있을 때, 여자는 놈을 껴안고 귀에 속삭였어.
-놈은 거절했지. '싫어.'
-여자는, 미쳤어.
-실은 훨씬 전부터 미쳐있었지.
-여자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무언가를 뽑아들었어.
-주사기!
-'너를 생각하며 모았어.'
-뭘 모았을까?
-힌트를 줄까?
-이쯤되면 눈치챘겠지만 도벽을 가진 사람은 바로 여자였어.
-물건이 훔쳐진 사람들은 전부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들 뿐이고.
-훔친 물건은 사용하지 않은 게 아니야. 다만 사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을 뿐.
-주사기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라면 액체겠지?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자는 미쳤어.
-적당히 알아들었남?
-그럼 다음 질문.
-여자는 주사기를 어떻게 사용했을까?
-먼저 보현이놈의 말썽쟁이 '그곳'에 찔러넣었지.
-주사기가 비도록 그곳에 액체를 가득 주입했지.
-그 다음은 입 안.
-주사기 안에 들은 액체를 입 안에 가득 짜넣었지.
-잔뜩. 잔뜩. 잔뜨윽......
아무렇지도 않게 희희덕거리며 이야기를 하는 말 가면이 왠지 역겹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
무의식적으로 토끼가면을 힐끔거리니 토끼가면은 고개를 푹 숙이고 여전히 아무 말 없다. 다행이다. 알아듣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꽤 오래 그렇게 당하고 있던 모양이야. 지나가던 행인이 이상함을 느끼고 112에 신고했을때 여자는 9개째의 주사기를 비우고 있었다나 뭐라나.
-그리고 구해진 보현이 놈은 미쳤어.
-그렇게 여자 좋아하던 놈이 여자 근처에도 못가게 됐지, 웃기게도.
말 가면은 다시 킬킬거렸다. 말 가면에겐 무엇이 재밌는 일이고 무엇이 역겨운 일인걸까 궁금해졌다.
-여자는 한 때 제일 예뻤겠지. 테러만 없었어도 제 잘난 맛에 잘 살았을거야.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아?
-크크크크... 아, 내가 있던 곳이 정말 높은 곳이었구나, 같은 생각 같은 건 절대 들지 않아.
-내가 왜? 이런 생각만 가득 들지. 여자도 아마 억울했을거야.
-그러면 다른 놈을 나락으로 끌어들이고 싶어지지.
-여자는 훔친 콘돔에 구멍을 뚫어놨었어.
-만약 보현이놈이 섹스를 하면 임신해서 발목을 붙잡아버릴 생각으로.
-그렇지만 딱히 자신과 섹스를 하지 않아도 상관 없었어. 놈을 자신 수준으로 끌어내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거든.
-예를 들면, 생각을 어떤 '역겨운' 방향으로 유도해서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방법이라던지.
-경찰 조사에서, 여자는 자신이 주사놓는 강박증이 있어서 보현이놈에게 '포도당' 주사를 놓았다고 말했어.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지. 실제로 주사기에서는 다른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어.
-보현이놈은 그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어서 여자가 자신과 자달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하며, 여자가 저지른 범죄를 성적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지.
-경찰은 보현이를 미,친 놈 취급하고(뭐, 남자에게 저지르는 여자의 성범죄들에 그러하듯 말이야) 여자는 그 때 한 가지 사실을 밝혀.
-'쟤 이상한 얘다, 매일 다른 여자들과 자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 쪽으로 밖에 생각을 못한다.'
-이 말로, 보현이놈은 '문란해서 이상한 생각만 하는 놈' 이 되어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