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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3 03: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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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검은 색 모포에 감싸인 빨간 색 무언가였지.
-그건, 숨을 색색 들이쉬고 내쉬었어.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닮은 무언가였지.
-그는 딸을 껴안고 오열했어.
-병원에서 깨어난 딸은 말했지. '창문을 두들기던 무서운 아줌마는 어디갔어?'
-딸은 창문으로 던져졌거든? 비가 그곳으로 던진게 분명했어. 그렇다면 창문을 열었다는 것이 되겠지.
-발견된 비의 시체는, 기묘한 모습이었네.
-직접적인 사인은 기도 막힘에 의한 질식사.
-코와 입과 폐에는 주방 세제가 가득 들어있었네.
-그리고 싱크대에 얼굴을 박고 부그르르르....
-결국 그 미친 여자는, 자신의 말을 지킨 셈이지.
-한편, 남겨진 자의 삶은 상당히 무채색이 되었지. 금방 이름을 부르면 나올 것 같은데도 어디에도 없어. 옷도 스스로 다려야 해, 먹으라고 만들어 놓은 반찬은 못 먹겠어.... 그걸 먹어버리면 아내의 흔적이 사라질테니까.
-너무 답답해서 태양은 무당집을 찾아갔어.
-댁 아내는 미,친년이 딸에게 해꼬지 하려는거 막고 있슈.....
-그 말에 그는 깨달았어.
-그래, 그에겐 남은 것이 있었지. 아내가 남기고 간 아내의 선물. 아내를 쏙 빼닮은 사랑스러운 딸.
-태양은 신을 원망하는 것을 그만두었어.
-비는 원래 영원히 오지 않으니까. 잠시 자신에게 내린 것에, 잠시라도 자신에 젖어든 것에 감사했네.
-그리고 비가 남기고 간 것, 자신의 딸을 소중하게 길렀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