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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4 14: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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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일부 사람들이 좋은 환경을 망치기 마련이죠... 저는 원래 웃대에서 오랜시간 눈팅을 하던 유저 였습니다. 잠시나마 컨셉을 가지고 활동을 하기도 했구요. 다만 그 햇수가 수년이 지나가면서 저 스스로도 나이가 들어가고 웃대의 순진한 친구들의 악의없는 장난들이 조금 지나치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웃대를 졸업해야 할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진중하고 조심스러운 오유에서 종종 눈팅하는 유저가 되었는데요, 사실 저는 오유에 처음 오면서 제가 좋아하는 분야로 나눔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친목금지, 닉언죄, 본삭금등 오유에만 있는 여러가지 문화를 알게 되었어요. 분명히 웃대의 분위기에 점점 적응하지 못해 마치 고고한 선비들의 모임 같은 오유로 온것인데,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많은 일을 거치면서 예민해져 있는 부분도 있구나 하고 알게 되었죠.
사실 웃대는 원래 긍정적인 친목을 권장하는 커뮤니티 였습니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신것으로 추측되는 총장님과 개인적으로 쪽지를 주고 받은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분이에요. 웃대의 친구들이 신격화하는 그런 대단한 존재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웃대를 사랑하는 좋은 아저씨 였습니다. 총장님은 웃대를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웃긴대학" 이라는 철학하에 모두 웃으며 행복한 커뮤니티가 되길 바라셨어요. 사담이지만 그래서 친목금지인 오유와는 다르게 긍정적인 친목은 적극권장. 대신 정치에 대한 글은 옳아도 절대 하면 안된다고 말씀하셨었어요.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제가 웃대를 눈팅하던 시절 부정적인 친목은 점점 눈에 보였어요. 게시판들이 지나치게 세분화 되면서 커뮤니티 내에도 음지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몇몇 네임드나 코어유저들의 둥지처럼 꾸며졌죠. 일부 게시판은 들어가서 글을 읽어도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글의 흐름이 어떤지 알수가 없겠더라고요.
아마도 이번 사건도 그렇게 염증이 생겨 곪을만큼 곪았던 무엇인가가 터진것은 아닌가 생각해요.
많은 개인방송 BJ이나 스트리머들이 채팅창에서의 친목을 배격합니다. 그 이유는 친목이 나빠서가 아니라, 좋던 친목이 나빠지는 것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모두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어제 몇마디 나누었던 사람이 오늘 또 보여서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겠습니까. 그것이 과도하게 흘러가서 그들이 또다른 사람들을 따돌릴때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자라날 수 있는 싹을 모두 잘라버리는 것이 친목금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유도 그 부정적인 면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친목금지, 닉언죄등의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겠지요.
다만 저 역시 친목을 심하게 배격하는 오유의 문화를 잘 알게 되고 활동이 소극적이게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어요. 웃대에서는 몇몇분들과 쪽지로 의견도 나누고 제가 힘든 일도 상담하며 위안을 받기도 했거든요.
제가 참 많이 사랑하던 웃대가 이렇게 힘들어졌다니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그래서 이렇게 주절주절 쓸데도 없고 도움도 안될 것 같은 글을 길게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길게 쓴 것이 아까워 댓글을 달아봅니다. 웃대와 오유 모두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제가 사랑하는 두 커뮤니티가 아픔을 건강히 떨쳐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좋은 커뮤니티로 계속 남길 기원합니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많은 분들게 아무것도 못하는 한낱 참견쟁이로서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착각하거나 잘못알고 있는 부분이 있더라도 태클은 살살 걸어주세요. 많이 여린 사람이라 상처받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