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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3 11: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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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중간쯤까지 읽어내리면서 가슴한켠이 뜨끔뜨끔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저의 중고등학교 6년간을 보는 것 같았거든요...
특히 '아 오늘은 다행히 아무일 없었다.' 라고 비교적 행복하게 하교를 한 뒤 이윽고 자야할 시간이 왔을 때 '다시 한번 오늘 같은 날이 올 수 있을까' 라는 감정, 저도 뼈에 사무치도록 느꼈었거든요. 내일이 오는게 싫었어요. 힘든 하루를 버텨내고 밤이 오면 조금이나마 편했던 그 밤의 끝을 잡고 조금 더, 조금 더 나와 함께 있어달라고 흐느끼고, 이윽고 그 어둠이 손아귀를 빠져나가면 마지못해 몇시간 눈을 붙이고 두려움에 떨며 등교했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새파란 칼날처럼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본문에서...
무엇이 이유였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이유를 알면 바로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용서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의미없는 일이었지만
라는 내용도 너무 가슴이 아프고 공감했어요. 잘못한것 하나 없었고, 오히려 또래 누구보다 성실하고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돌이켜보면 기억하고 있는데, 계속된 린치 속에서 그 상황의 원인을 찾던 자아는 원인과 관계없이 일이 비틀어지기 시작한 시기를 찾게 되고, 결국은 스스로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여 '용서 받기'를 목적으로 하게 되었었죠. 용서는 무슨... 정말 의미 없는 일이었지만요.
정말정말 다행하게도 그 억겁같던 괴로움의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제 과거를 잘 모르는 환경과 마주하게 되었고, 여전히 어릴적 자신감에 가득차서 다른 사람을 이끌던 나는 이미 죽고 없지만, 적어도 저멀리 구석에서나마 사람들의 그 관계안에서 머무를 수 있게 되었어요. 여러가지 악감정들로 인해 엉망진창으로 비뚤어진 그 마음에서 쏟아내는 감정들을 받아주는 분들도 있었구요. 어쩌면 저는 그들을 제 감정배출구로 이용했던거 같아요. 제가 버티고 있던 모든 것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고 나면 그래도 며칠간은 넘어지지 않고 일어서 있을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싫든 좋든 수많은 관계를 맺어야만 하고, 물론 과도하게 웅크린 탓에 맺을 수 있던 수많은 관계들에서 비껴나기도 하지만... 관계를 맺고 나면 서로를 이용하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결정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내 마음이 스러지지 않기 위해 상대방을 감정배출구로 이용했듯, 나 또한 그 사람에게 그 이상의 무엇이 되어주려고 노력했으니까요. 서로가 용인한 정도의 이용이라면 삶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윤활유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독하게 약을 먹길 거부했어요. 약을 먹기 시작하면 그 의존성을 이겨낼 자신이 도저히 없더라고요. 저만의 생각이지만 약을 먹어서라도 나아지려고 하는 분들은 정말 용기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작성자분이 지금은 그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지셨다는 댓글에 조금은 안도하고있고, 물론 고스란히 전달되진 않겠지만 잘했다고 잘버텨서 잘 살아줬다고 격려와 위로를 담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요.
이런 이야기가 나왔으니까요. 이런 과거를 잘 버텨내고 살아준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모두 아픈 마음 서로 조금씩 다독여가며 어제를 버텨왔듯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도 꿋꿋하게 살아주길 바라요. 이 길다면 긴 댓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의 마음에 평안이 깃들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