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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0 21: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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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와는 생각이 많이 다르시군요. 세상에 가치중립적인 사람은 없습니다. 있다면 AI겠지만 그 AI마저도 인간이 어떤 규율을 설정해놓으면 그 규칙에서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아직까지는요. 저도 어려서부터 무수히 많은 선생님들에게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게 무엇인지 귀가 마르고 닳도록 배우면서 자랐습니다. 제가 듣기에 정말 혐오스러운 생각을 가진 선생들도 많았고, 존경스러운 생각을 하는 선생님들도 많았지요. 저런 인간들이 우리나라에 가득하다면 우리나라는 곧 망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 꼴통들도 많았어요. 그러나, 그들은 그걸 말하고 그렇게 행동하고 그렇게 가르쳤을 뿐 제게 강요하진 않았어요. 이게 양심의 자유입니다. 저 역시 제가 그 선생들의 말과 행동과 가르침에 반대하든 안하든 그 선생을 '수구꼴통보수친일개독조폭종자'가 맞는지 아닌지 그 선생에게 제가 정한 정체성을 씌우려고 한 적이 없어요. 그게 상대방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그 사람은 그렇게 믿고 그렇게 살다가 뒤질 권리가 있어요. 실정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요. 어떤 사상을 가르친다는게 학생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라면 우리는 아무런 사상도 가르치면 안되겠군요. 유교를 가르치면 유교탈레반새끼고, 자본주의를 가르치면 황금만능배금주의자고, 불교를 가르치면 세상에적응못하는무기력종자고, 공산주의를 가르치면 빨갱이새끼라 국가보안법으로 잡아가두고 사형시키면 되구요. 제발 그러지 맙시다
2. 현실적으로 페미교사들이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려 한다는 걱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극단적인 반공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정말 반공주의자로 자라났는지 생각해보세요. 그 세대는 극단적인 반공에 대한 반발로 학문과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세대로 자라났습니다. 만약 님 말씀대로 극단적인 페미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게 그대로 순순히 그들의 의도대로 될 것 같나요? 절대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잘못된 교육은 그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고 봅니다. 그건 그 세대들에게 맡기면 되구요, 정작 사회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이고, 타인의 생각에 대한 존중입니다. 이게 무너지면 그냥 끝이에요. 칼 포퍼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지적했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