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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9 22: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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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읽고 그냥 가려 했었습니다. 제가 좀 의기소침해진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의도로 또는 절대 나쁜 의도로 쓴 댓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분란,어그로 끄냐 식의 비공폭탄을 받아봤기 때문입니다. 갑론을박을 하다 으레 나오는 것과 좋은의도, 나쁜 의도가 아니게 적은 내용이 비공폭탄을 맞는 것은 정말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댓글을 쓰는 연유는 글을 천천히 30분에 걸쳐 다 읽고나서 제 고모 중 한분이 떠올랐습니다. 이 내용을 보실지 안보실지는 모르겠습니다. 보시면서 제가 핵심을 빗겨나가는 말을 한다면 주저없이 말씀해 주세요. 적어 내려 가면서 혹시나 글쓴이님이 상처를 받는 내용이 있다면 미리 사죄를 드리겠습니다. 정말 글 하나 잘못 쓰면 비판을 넘어 모욕까지도 들어봤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스럽지만, 제 고모 중 한분이 너무 떠올라 적어볼까 합니다.
제 고모 중 한분은 집안 막내 입니다. 온갖 고생 다 하시고 힘든 상황에서 이혼을 하셨었죠. 옆에 저도 있었고 정말 제 인생에서도 그 고모 생에서도 암흑기와 마찬가지였을지 모르겠습니다.
몇년 후 고모는 재혼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이혼할때 위자료를 받지 못하고 이혼 전에 우울증도 심하셨기에 정신을 추스르다 보니 과거 벌어둔 돈은 많이 까먹은 상태였고, 그렇게 재혼을 하셨습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재혼하신 고모부는 자신의 말이 진리라 여기는 분입니다. 고모가 저에게 많은 말씀을 해주시진 못했지만 고모와 저 둘이 오붓하게 식사할때 말씀해 주셨던 것이나 고모댁에서 고모부와 같이 식사할때 웃으며 하셨던 말씀들이.. 사실은 상처로 남아 있을 말이 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모부는 총각이였고 고모는 재혼이였습니다. 고모는 돈도 없으셨습니다. 시어머니 모시는 것에 불평 하나 없으셨었습니다. 힘든 부분이 있으셨다면 제가 몰랐을리 없으니까요. 저야 조카이니 말씀을 못하셨어도 자기 형제지간에도 아무 말씀 하지 않으셨습니다.
고모가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 압박감으로 되었던거 같습니다. 재혼 초기에는 정말 쥐죽은 듯이 지내셨다고 하셨습니다. 싸움 하다가 고모부가 때릴려고 했다는 말씀을 저에게 웃으며 하신 적도 있습니다. 그때 고모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습니다.
고모가 워낙 병약하여 허약체질이라 직장 생활을 오래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시어머니 돌아 가시고 나서 이 악물고 모 기업에서 근무를 하셨었습니다. 고모 인생에서 제일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하셨던 나날들이였을 겁니다. 중졸 학력으로 연봉 4천만원 가까이 받으셨을 정도이니 얼마나 이 악물고 하셨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뒤에 저에게 해주신 말씀이 결혼할때 한쪽에서 부담하는 것이 적으면 결혼 생활하면서 기죽어 살아야 한다.
결혼 생활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비슷하거나 어느 정도 되지 않으면 이 또한 기죽어 살아야 한다.
자영업을 하시는 고모부는 고모와 반대로 내수경기 직격타로 매출이 저조해지면서 어느 순간 가계 주도권이 고모에게 넘어가는 상황이 되니 고모에게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모부와 같이 등산하며 이것에 대해 살짝 얘기하니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세상 잘나신 고모부의 표정은 사뭇 오묘했습니다.
고모부도 운동 참 좋아하시고 자기 관리 철저한 분입니다. 특히 집안 청소나 상태에 있어서는 얼마나 깔끔한지 머리카락 한톨 부스러기 거실이든 어디든 돌아 다니면 용납 못하는 분입니다.
총각 생활이 길었던 만큼 그런게 있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자신 스스로가 누구 도움 없이 살아왔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만심 아닌 자부심이 대단하기도 합니다.
글쓴이 님과 마찬가지로 너무 비슷한 부분이.. 고모부는 직장 , 집 밖에 모릅니다. 술을 절대 드시지 않고 사교적이지 않습니다. 비지니스에 의한 것은 있을지 몰라도 일끝나고 술자리를 간다던가 하는걸 즐기지 않습니다. 즉 주변에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 없습니다. 사무실 출근하면서 운동, 끝나면 집. 주말에 운동. 이 패턴입니다.
고모는 반대로 사교적입니다. 모임에 나가거나 하는걸 즐기는 편입니다.
지금 두분은 제가 볼적에는 잘 지내고 계신듯 하지만, 이렇게 오기까지 고모가 감내하셔야 했던 것은 말도 못하게 많았을 겁니다. 그 핵심에는 경제 주도권이였습니다. 위 말씀하신 것처럼 갑을 관계 같은 모양새가 되기 좋으니까요.
재혼에 총각하고 결혼을 한 제 고모는 참고 참고 또 참고 살아야 하는 나날들이 엄청났을 듯 합니다. 이혼 전에도 그렇게 고생하셨는데, 재혼 하시고 정말 삶을 즐기며 사실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보지 못한 부분에서 많은 상처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모부는 아프다는 말이 세상 짜증나다는 분입니다. 고모가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머리가 핑핑 돌고 에너지가 없는데, 고모부는 이 조차 못마땅해 했습니다. 고모가 어디 아프다고 하면 내 어머니도 살아생전 병약치레로 신경 쓰는게 짜증났는데 ..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저 말을 저한테도 하신적 있습니다. 그 뒤로 고모부와 연락 안합니다. 저도 고모와 같은 유전을 이어 받았는지 허약체질인데다 지병이 좀 있는데 이 얘길 했더니 똑같은 반응으로 저한테 말을 하더군요. 그 뒤로 연락 끊었습니다.
저는 이혼에 대해서 그리 부정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제 다른 고모 중 한분도 이혼 하셔서 지금 독일에서 잘 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서로 위해주고 제가 볼땐 저는 남자이지만 차인표 말이 맞는거 같습니다. 결코 남편은 부인을 이길 수 없다. 전 이게 맞는거 같습니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닌걸 알지만, 그래도 전 저 말이 맞는거 같습니다.
잘 살고 계신 친인척을 보면 대부분 남편이 아내에게 져주고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남편이 불행하냐?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화목합니다. 최소한 제가 경험한 것은 그렇습니다. 저는 한번 뿐인 인생.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를 위해서 라는 이름 앞에 자신의 삶이 없다면, 그 아이를 위해서라는 것이 대체 무엇을 위해서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봅니다.
내가 없는 사람에 어찌 아이가 있을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저는 불타는 청춘이란 프로를 좋아합니다. 즐겨 봅니다. 평균 출연진 나이가 50대 정도니까요. 돌싱도 많이 나오고, 결혼 안한 사람들도 많이 나옵니다. 전에 이다도시도 한번 나온적 있어서 좀 충격이였죠. 잘 살고 계신줄 알았거든요.
그들이 이혼을 한 이유가 다른게 없을거 같습니다. 자기 삶을 살고 싶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연예인과 일반인이라는 차이가 있겠지만, 과연 이 삶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고민을 해보는게 나을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위 말씀하신 것처럼 결혼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 결코 자신을 낮추고 불행하려고 하는게 아니니까요. 내용을 보니 남편도 행복 보단 불행에 가까워 보입니다. 서로가 불행한데 그것이 어찌 결혼이라 할 수 있을까요. 종속관계일 뿐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