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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6 20: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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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는 관점도 있군요. 원하는 분을 찾으려면, 스스로 아직 이민하기 전이지만 혼자 이민할 준비도 어느정도 되어있고 각오와 고생에 대한 현실적인 생각이 되어있는 여성과 이어져야 할 듯도 한데...
저는 그 각오와 고생을 다 짊어지고 스스로 이민한 한국 여자 친구들이 많은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보고 느껴온 것들을 써볼게요. 저 빼고든 다들 초중고 한국에서 나오고 학부부터 미국 생활 시작한 친구들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IT종사자가 많아요. 일단 비혼주의 내지는 딩크족 희망자가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생활력도 강하겠다, 집안일 시댁 육아 등 한국인끼리 결혼한다면 고생이 더하다면 더하지 덜하진 않아보인다... 보통은 생활력과 실천력이 강한만큼 자아실현에 대한 꿈도 큰데, 그걸 포기하고 한국적인 가정의 무게까지 짊어지고자 하는 사람이 적죠. 그런만큼 비혼주의나 시댁압박이 그나마 적은 외국인들과의 결혼이 많아지고...
제 경험도 적어볼게요. 주변 교민들이나 교포들이 사는 걸 보니, 여전히 한국의 보수적인 시댁문화를 많이 벗어나진 못했더라고요. 그래서 이혼하는 경우도 많이봐요. 혼자 살땐 외롭더라도 1인분의 고생이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남편 육아 집안일 시댁 더해서 x 4 이상의 고생이 되었다 싶어 여자가 포기하고 나오는 경우... 저역시 혼자 이민 왔으니 남편은 한국적인 시댁식구 다 끼고 사는 사람을 만나고 싶진 않아서, 일단 연애에 있어서 교민 사회분들을 아예 열외로 보다시피 하고 있어요.
학부 졸업할 무렵 주변인들이 하도 난리를 쳐가지고 거절하다하다 소개팅을 좀 했었는데-_-; 제가 정말 싫었던건 직업이 교사라고 하니 한국 남자분들은 대개 "미래의 남친/남편은 참 좋겠어요~" "여긴 방학이 특히 기니까 애 보기도 편하겠어요~"식으로 제 꿈을 자기 뒷바라지용으로 보는 경우를 많이 겪었어요. 일한지 좀 된 지금은 집도 차도 제가 제 자신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 샀지만, 전혀 연애관계에서 만난 사람이 아니어도 김칫국을 장독째 드링킹하는지 제 집과 차를 결혼용 내지는 미래의 자기 재산으로 보고 혹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일단 전 지금 커리어가 너무 바쁘고 만족스러워서 결혼을 인생 목표 중 하나로 꼽고 있지도 않지만, 이런 걸 경험하면 할수록 같이 고생할 사람을 찾는다는 말을 하는 분들은 진짜로 그런 배우자를 찾는건지, 아니면 자기 고생을 덜어줄 돈도 같이 벌어주면서 집안일까지 해주면서 별 불만없어할 현대판 평강공주를 찾는건지... 점점 회의적인 입장이 되어서. 결론은, 전 생각이 없다보니 더더욱 안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