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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0 01: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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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장문의 댓글이 될 것 같아요... ㅠ
토론토에서 교육 정책 리서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석사-온타리오 주정부 이민으로 학력과 영주권을 한큐에 해결했고요... 학사-석사 장학금 받고, 리서치 캠퍼스잡 TA 과외 등 꾸준히 일해서 큰 경제적 부담은 없었어요. 비자나 이민서류 처리도 다 제가 해서 접수비랑 건강진단비 같은 것만 부담했어요. 이민에 드는 돈도 각자 상황 나름 아닐까요? 홀몸에 몇끼 굶어도 되는 젊은 유학생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비교적 쉬운 상황이지만, 가족이민이라 애 둘에 차도 필요하고 애들 학원도 다니고 그래야하면 이민하기까지 훨씬 많은 돈이 들겠죠. 영어가 안되어서 매번 유학원 이주공사 등에서 서류 도움받는다면 더더욱... 정보력/언어가 모든걸 결정짓진 않지만 확실히 잘한다면 유리해지는 요소이긴 해요.
다른 주는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커리큘럼 QA일 때문에 모든 분야 리서쳐들을 만나는데 온타리오는 외국인 리서쳐에게 굉장히 오픈되어있습니다. 컨퍼런스에 가도, 교수들을 만나도, 혼자 와서 이민한 외국인들이 아주 흔합니다. 악센트 아주 강한 사람도 심심찮게 있고, 다들 제대로 발음 못하는 비영어권 이름을 그대로 쓰는 first author들이 발표하는 것도 심심찮게 봐요. 그런만큼 리서치 실력과 결과가 확실하고, 영주권만 따고나면 리서치잡을 잡는데도 별 걸림돌이 없다고 봅니다.
한 리서치에 따라 석사/박사도 경력으로 들어갈 수 있죠. 공부 기간 전체는 아니지만, 그 중 펀딩이나 급여를 받고 한 일이라면요.
석사를 꼭 영국에서 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나요? 쭉 이민해서 살고자 하는 나라에서 이어서 석사/박사를 하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학부는 미국, 석사는 캐나다인데 학부때와 쭉 이어지는 다른 친구들 인맥을 보며 진작에 이민할 나라로 빨리 올걸...하는 생각을 여기 생활 6년차인 지금도 종종 해요.
모든 사람은 다 자기 경험으로 한정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저는 4시 칼퇴, 20일 유급휴가, 15일 유급병가, 한국보다 2배정도 높은 연봉으로 나름 핑크빛 이민 스토리(?)를 쓰고 있고 비혼주의인만큼 30대에 들어서도 가족계획에 대한 오지랖이 없는 이곳에서 편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민의 나쁜면 위주로 경험하고 절망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고 인정해요. 그런데 그건 이민 때문이 아니라, 한국에서 살았어도 똑같은 문제라 봅니다. 한국에서도 SKY 졸업해도 반은 백수에, 취직해도 비정규직에, 박사 따도 시간강사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면 뭐하냐 금수저 아니면 어차피 노예인생인데~하는 키워 댓글들 흔한걸요. 어디든 100%의 성공은 없잖아요? 단, 이민 실패하면 절망의 깊이가 한국에서의 실패보다 확실히 깊은 것 같아요... 한국엔 대개 망해서 기어들어갈 집구석이라도 있고 친구 가족 친척이라도 있는데, 그런 안전망이 없이 인생 리셋버튼을 누른 것 같은거니까요.
꼭 언어가 딸려서, 주류사회에 못 들어가서 불행한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나라 혹은 사회 혹은 주변인과 어떤 점들이 안 맞는다면 어디서든 불행할 수 있겠지요... 반대로, 잘 맞는다면 어디서든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케바케로 뒤죽박죽 속시원한 답이 없는 댓글이라 미안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