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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9 11: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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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유혹님 흥분좀 가라앉히시고, 캐릭터 커뮤니티라는 게 이제와서 좀 더 오픈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암흑의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대다수가 20대에 10대는 뭣 모르고 끼어들었다가 암흑의 길로 빠져들어가던 형태였죠. "우리는 순수했어!"라고 누군가는 이야기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막 온라인이 활성화되던 PC통신 초기와 모뎀 접속 인터넷 시기에 접했던 저로써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어요.
한 때는 인터넷 자체가 성적 유혹의 온상처럼 취급당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warning이 생긴 거기도 하구요.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 버디버디 뭐 이런 걸로 친구들끼리 잘 놀았다는 사람이 존재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거기에서 성적 접촉을 전제로 한 유혹과 만남이 있었다는 것도 애써 외면한다 하더라도 사실입니다. 어렵지 않게 그런 걸 찾을 수 있었다는 걸 몰랐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죠.
"우리가 안그랬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다 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구조적 문제는 언제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걸 이야기 하는 겁니다. 지금 그 일이 발생했다 안했다의 문제보다 말이죠.
아마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어떤 비판이나 조심하는 시각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오후의유혹님과 지인분들만 캐릭터 커뮤니티를 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초중고, 그리고 대학생들이 거기에 빠져있어요. 그게 그 아이들의 생활에 문제를 가져오는 경우도 왕왕 봤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도 캐릭터 커뮤니티는 다른 사회활동과 분리되지 못하면 그 자체로 또 문제를 내포하게 됩니다. 건전한 사회생활이라는 게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만, 아무리 가상현실의 사회생활에서 만족을 얻어도 언젠가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이 핵심인 거죠.
SNS에 대한 비판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나온 이야기가 "소외감"의 이야기 입니다. SNS에서는 너무 자주, 너무 빠르게 연락을 주고 받기 때문에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순식간에 소외감을 느낀다는 거죠. 그 소외감은 두려움의 일종이고, 그래서 행동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현실세계에서 SNS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경우도 왕왕생기는 거죠. 캐릭터 커뮤니티는 그 소외감을 일반 SNS보다 더 강하게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제기하는 문제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는 겁니다.
캐릭터 커뮤니티의 방식은 "Roll Play" 역할 수행방식이 맞습니다. 흔히 말하는 배역에 몰입하는 거죠. 어릴 때 RPG 해 본 사람은 많지만, 전원을 내리면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MMORPG에 대한 비판도 이 부분이었죠. 세이브를 하고 끄고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던 RPG가 내가 없어도 누군가는 레벨을 올리고 누군가는 뭔가를 하고 있고, 내가 접속 안하면 소외당한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기반으로 한 중독성을 담보로 한다는 것.
마찬가지로 커뮤니티는 SNS 또는 카톡 등 뭔가의 온라인 상에 접속을 끊지 않고 유지해야 하는 똑같은 두려움을 기반으로 한 몰입을 요구합니다. 그걸 건전하게 즐기는 사람들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소외에 대한 두려움에 약한 사람들, 그런 중독증상을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적게 그런 것을 접하느냐는 거죠.
현실적으로 MMORPG도, 커뮤니티도, 오히려 그런 소외에 대한 두려움에 약한 사람들이 플레이 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 우려 자체는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죠.
어떠한 문제제기가 마녀사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이해합니다만, 그것이 문제제기의 정당성을 따져보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