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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11: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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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대한 제재가 답이다."
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선 말씀드립니다.
제가 이야기 하는 바는, "캐릭터 커뮤니티는 SNS와 실시간 소통과 만나면서 게임이나 만화, 애니와는 다른 더 위험한 영역으로 가고있다."는 얘기입니다. 제재를 해야한다 말아야 한다는 제가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해결방법도 없으면 문제를 제기하지 마라'라고 하실 건 아니잖아요.
실 사례로 만난 학생, 후배, 그리고 심지어 회사직원까지 있습니다. 커뮤 때문에 일상의 패턴이 맞지 않아서 (본인은 그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인) 회사도 적응 못하고, 학교생활도 어그러지고, 여러 가지 다른 '문제'를 가지는 경우를 말이죠. 혹여 제가 상상의 나래를 펴서 이야기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실까 하여 말씀드리는 겁니다.
커뮤가 까페에 한정됐던 시기가 2000년대 초였을 겁니다. 당시는 휴대폰도 문자와 통화밖에 안되던 시절이라, 커뮤에서 관계를 맺고 오프에서 아주 가끔 만나면서 그 설정으로 노는 경우였죠. 그런데 그 때 조차도 그게 문제가 있다고 봤던 게, 커뮤 내의 연애라인이나 이런 걸 그대로 현실에 덮어 씌우는 경우도 많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역할극의 설정은 단순히 커뮤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왠만한 다른 까페들로도 쭉쭉 퍼져나갔어요. 아마 영향을 받았던 사람들이 그런 "덮어씌운 역할관"이 없으면 인간관계를 그 사람 자체로 보기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닌가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모든 커뮤인이, 모든 사람들이 이렇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발생했던 경향적인 부분들을 제가 보고 느낀 것으로만 (남에게 전해들은 게 아니라요)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래서 당시의 대부분의 까페는 "가족놀이"에 한 때 발을 담궜죠. 누구는 아빠, 누구는 오빠, 누구는 언니, 누구는 엄마. 그게 왜 커뮤 탓이냐! 라고 얘기하실 거고, 저도 그게 커뮤탓이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 역할 설정으로 맺어진 인간관계가 가졌던 문제는 확실했죠. 실제 만남에서 억지로 덧씌운 이미지들은 만남이 지속되면서 깨집니다. 특히 저 "가족놀이"하는 까페들이 성인들로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죠. 은근 게임 길드나 취미 까페에서 만나서 결혼한 커플이 많은데, 비슷한 무언가를 공유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도 봅니다.
다시 커뮤 이야기로 돌아와보면, 그 당시의 커뮤는 오프에서 만나면 관계에 변화가 오거나 깨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위의 '가족놀이'가 오프만남을 가지면서 지속되지 않고 결국 평범한 인간관계나 연애관계로 변하게 되는 그 루트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게 무서운 변화를 가지게 된 건 최근입니다.
여기서 아셔야 되는 점은, 그들의 스스로 어떤 발전과 발달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에요. 그저 시대와 기술의 변화가 가져온 부분입니다.
코믹의 활성화가 만화의 중흥을 이끌어내기보다, 질적 하락이나 '명작의 탄생'에 대한 저하를 가져왔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비슷한 부분입니다. 코믹이 생길 때 무렵부터 활동을 했었고, 그 때의 그 느낌을 압니다만, 결론을 말하자면 그들이 '자신들이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착각과 달리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오히려 고립되는 양상입니다. 발전의 정의는 어렵지만 그걸 발전이라고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당연한 거라는 이야기 입니다. 마치 '통신체 소설'이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맞춘 문학적 시도의 가치는 가지고 있지만 그걸 문학의 발전이며 앞서는 문화 라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커뮤 쪽에서도 그 망상과 상상속의 만남이 오프로 넘어오면서 현실과 맞물리던 그 접점이 줄어드는 계기가 발생하죠. 그게 SNS와 카톡같은 24시간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실제로 캐릭터 커뮤니티는 애니나 만화에 국한된 부분은 아니고, 당연히 알고 계시겠지만 연예인부터 시작해서 미드같은 것까지 존재합니다. 그 중에 일부는 금전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다른 어떤 문제를 가져오기도 하죠. 공통점은 커뮤니티는 가입하기 쉽지않은 폐쇄적인 환경이고, 한번 들어가면 거기서 떨어져나가지 않기위해 아둥바둥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중고등학생에게는 돈을 많이 쓰기 보다 시간을 최대한 어떻게든 공유하려고 하게 되는 거기도 하구요.
그 시간 공유보다 문제는 2개의 자아를 설정해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혼동이 일어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자아의 형성이라는 것은 어릴 때 완전히 끝나는 게 아니라서,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에서는 20대 초반까지도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하다는 거죠. 거기에 2가지 자아로 지내면서 자기 자신을 알게 될 기회를 날려버리는 겁니다. 왜냐면 2번째 자아인 커뮤의 자아가 더 알기도 쉽고 (왜냐면 외부에서 바라보는 그 캐릭터의 상이 있으니까요) 더 능력이나 특징도 있고, 심지어는 남들도 그렇다는 걸 잘 알아주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모든 캐릭터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이 자아를 분리하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중고등학생에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경험과 상황을 통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단순히 만화, 게임에 대해서 좋아하게 된다고 해서 이렇게 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어요. 그거랑 이건 상당히 다릅니다. 만화와 게임은 중독으로, 그리고 그것이 부정적인 행위까지 가기 위해서 많은 단계를 거쳐야 되는데 그걸 무시하고 제재를 가했던 경우고, 커뮤는 몰입의 조건을 만들어놓은 이후의 문제이기 때문인 겁니다. 제가 위에 말씀드린 MMORPG처럼 실시간 진행되는 소외감을 벗어날 수 없게 되어있는 상황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런데 SNS나 카톡은 전원을 내려놓고나 접속을 아예 중단하는 것으로 벗어나기도 힘든 사회죠. 모바일이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사회가 됐으니까요.
그리고 진짜 문제는 이걸 제재하지 않겠냐 라고 이야기 하시는데, 제재할 방법따위는 "없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없어요. 제재 당하지 않겠냐. 없습니다. 커뮤니티 행위는 불법이다? 그런 법 만들 수도 없어요. 법리가 안나와요. 연극을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연습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겠다 만큼이나 불가능한 이야기 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커뮤는 online 안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형태로 가능합니다. 예전에 1990년대에 그랬듯이 말이죠.
그래서 제 이야기는 커뮤니티를 제재해야 한다. 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위험성을 커뮤니티들은 얼마나 알고 있으며, 그걸 스스로 막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취하는가, 또는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위에 적어주신 내용 중에 커뮤니티들이 그걸 어떤 방식으로 막으려고 한다. 라는 부분은 없어요. 그냥 그런 게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가 요새는 좀 사라졌다는 이야기만 한번 나왔을 뿐이죠.
자정이 잘 안될거라고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커뮤는 애초에 몰입을 '기반으로 한' 행위에요. 여기서 몰입을 저하시키는 행위가 그들한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리가 없어요. "자제합시다" 뭐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봤을 때는 몰입을 깨는 행위인 거죠. 그래서 자정이 가능하겠냐. 라는 의문이 있는 겁니다.
인간의 행위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두려움과 재미(몰입)라는 두 가지가 가장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커뮤에는 두가지 근원이 다 존재합니다.
커뮤를 가입하기 위한 노력이 소실되는 것에 대한 상실의 두려움, 커뮤 안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말을 적게해서 따돌려지지 않을까 하는 소외에 대한 두려움, 내가 안보는 사이에 일이 마구 진행되어 있을 것 같은 소외의 두려움, 그리고 현실의 나보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삶을 전환하는 재미,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는 것 같은 재미, 남들이 나에 대해서 (실제로 그것이 내가 아니지만) 잘 알아주는 것 같은 재미...
제가 나열한 것 이외에도 커뮤가 묶어놓을 만한 행동적 유인요소는 넘쳐납니다.
그런데 이것과 상반된 두려움이 존재해요. 바로 현실과의 괴리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런데 이걸 잘 받아들여서 현실에 대한 자세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학생들 수업가서 너네가 지금 너로 살래 아니면 잘생기고 돈많고 머리좋고 능력좋은 그런 인간으로 살래. 이러면 당연히 후자를 택합니다. 그냥 중학교 가서 너는 너로 사는 게 낫겠니 사스케로 사는 게 낫겠니. 하면 사스케로 살아보고 싶다는 애들이 훨씬 많죠. 다만 그 대부분은 말이 그래도 그 역할에 몰입하지 않을 것이라 상관이 없는데, 거기에 몰입한 아이들은 현실의 자신과 사스케에 대한 갭에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그게 동기가 되서 현실에서도 뭔가 긍정적 요소가 발생해야 하는데, 그건 현실과 커뮤의 인식이 확실한 경우에요. 그게 아마도 오후의유혹 님이 말하는 "선량한 커뮤 사람들"이거나 또는 될 수 있는 사람들이겠죠.
제재는 안됩니다. 아니 아마 할 수도 없어요. 실효성도 없구요.
하지만 커뮤 하는 사람들 사이의 인식변화가 필요한데, 문제는 이게 "현재의" 커뮤를 흔들어버릴 문제라는 겁니다. "몰입"을 깨야만 발생하는 현실에 대한 인식문제가, "몰입"을 기반으로 한 24시간 무제한 역할수행놀이에서 얼마나 유효하냐는 거죠. 그리고 그건 내부에서 발생하는 자정작용을 기대하기로는 거의 불가능 할 거라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외부의 어떤 영향에 의한 "두려움"을 이용해서 분리시키는 방법을 쓰는 거겠죠.
그 두려움을 넘어설 정도로 몰입이 되어있는, 그러니까 위에 나열했던 커뮤에 집중해야 할 두려움요소나 재미요소가 외부의 자극요소를 넘어선 사람들은 말씀하신대로 어둠의 경로가 되더라도, 음지화 되더라도 커뮤를 택할 겁니다.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커뮤에 몰입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에요. 1990년대 처럼 음지화 될 수밖에 없죠.
이걸 자꾸 서브컬쳐 전부의 문제로 펼치시는데, 코믹이 회계문제를 겪을 때도 마찬가지고, 저작권 씹어먹고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고... 저는 그게 서브컬쳐의 위축이 아니라 양지화로 간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만일 그게 위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서브컬쳐는 음지에나 있는 게 맞아요. 심지어 저작권협회 부스랑 100미터도 안떨어진 곳에서 버젓이 불법 2차 저작물들 비싼돈에 팔아넘기는 그런 게 서브컬쳐라면 거부할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