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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1 11: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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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작품을 보는 시선은 다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어떤 시각으로 읽든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디올백의 주 고객층인 여성층(나이를 불문하고)에게 어떠한 멋으로도 해석되기 어려운 작품구조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저 나름의 해석을 했을 뿐이죠.
유흥가, 일상적이지 않은 야한 옷, 우울한 색감, 우울한 표정, 한국 여자라는 제목, 그리고 디올 백.
물론 대학가에도 술집은 많지만 저런 색감으로 표출되지는 않죠. 오히려 오버하는 듯한 활기가 있는 곳이니까요.
유흥가인데 단층건물, 닫힌 일반 가게들, 길거리에 버젓히 나온 쓰레기더미,
길은 깨끗하지만 쇠락한 이미지(단층건물)가 있고 거기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건 여자의 나이와 드레스와 디올 백 뿐입니다.
다만 주인공이어야 할 여자는 주변의 이미지에게 눌리고 있어요. 어두운 표정만 봐도 배경에 힘들어하는 느낌이죠.
저 작품에서 색을 갖고 있는 건 유흥가 간판들과 디올 백 뿐이네요.
이건 제 이미지 연장일 뿐입니다만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 그림에서 젊은 여자의 옆에 날개달린 아기천사가 있으면 아 저 여자는 아프로디테구나 자연스레 연상하듯이
아 저기서 생동감 있는 색을 가진 건 유흥가 간판과 디올 백 뿐이구나, 연관이 되어 있을 것 같다ㅡ 생각하는 거죠.
백을 맨 여자보다, 백이 더 새빨개서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으니 주객이 전도된 것도 같구요.
제목은 한국 여자, 아마 저 여자가 한국 여자 같은데 디올 백은 저 여자를 빛나게 해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빛나고 있네요.
원래 일반적으로 구매욕구를 불러 일으키려면 이 물건을 사서 네가 잘나졌다! 이걸 강조해야 할 겁니다.
벤츠를 사서 네가 더 가난해졌다! 뭐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사례입니다만 판촉용으로는 쓸 수 없겠죠.
물건을 판매하는 측에선 어떤 암담한 현실에 대해 암담하게 그려낼 순 없는 것이냐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디올은 그냥 판매자예요. 낮잡아 말하면 장사꾼이죠.
이걸 산 너는 유흥가 같이 힘든 곳에서 사는 사람이야ㅡ 라고 메세지를 남긴다면
아무리 좋게 생각해봐도 저를 욕하는 메세지로밖엔 들리지 않을 것 같네요. 어떤 긍정의 이미지도 없으니까요.
물론물론물론 디올이 그걸 정말정말로 사회문제로 생각하고 짚어주고 싶어할 수도 있겠지만ㅡ
명품백을 메고 있으면 된장녀다, 인식이 박힌 상황에서 디올은 저런 말을 해선 안 돼요. 부잣집 애가 넌 정말 가난하구나 말하는 것밖엔 안 되거든요.
그래 우리 백 사는 사람들은 죄다 저렇게 빡세게 굴러서 산다고!
이렇게 외치면 천년의 사랑도 식겠죠. 그 백을 산 사람들은 애정을 갖고서 사는 걸 텐데 졸지에 거지를 만들어놨으니…….
하물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화를 내는데 별 생각 없던 사람들은 어떻게 보겠습니까. 된장녀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요.
작품이 언제나 작가의 의도대로 굴러가진 않습니다. 그러니 저 작가는 저런 의도 없었을 거다-는 사실 의미가 없어요.
하물며 저건 광고죠. 애매하게 예술성을 갖고 싶어한 광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미 주 고객층이 강하게 반발한 순간부터 저 작품은 광고로서 매력을 잃은 겁니다.
물론~ 광고 이상의 가치를 갖는 작품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저 작품이 대단한 해석적 자유가 있는 거 같진 않네요. 딱 두 가지 뿐이라.
긴 글 스킵하시는 취향이신 거 같아 좀 걱정이 됩니다. 제가 좀 재미가 없는 성격인데 요약하는 재주마저도 없네요.
하지만 이 정도의 글을 작성했고 그걸 읽어주셨다면 어느정도 느껴지는 감정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폭스뉴스님께서 저 사진을 보고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고, 사람들의 말을 듣고 다시 봐도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아마 님께서 전혀 사회적 편견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거나 외면하고 싶은 사람 둘 중 하나겠지요.
저 광고가 어떤 메세지를 담고 있든, 대다수의 남자들에겐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디올이 백을 팔고 싶지 않아 환장한 광고일 뿐이거든요. 예술성……을 찾기엔 대학교 1학년 학생들도 저렇게 작업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정답이 없는 만큼 '정답인 것'을 찾아내고 싶어하는 게 사람 심리이고
거기에서 대다수의 여자들이 불쾌를 표했다, 가 아마 가장 평범한 말일 겁니다. 딱히 님을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