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
2014-06-13 14: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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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올라 왔다면 올라온 글로 좋은 글이기는 한데 여러 모로 신뢰성이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간단하게 보자면 우리만의 무언가는 절대 아닌 공무원에 관한 이야기나, 이미 존재하던 지도를 통해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에 관한 이야기, 역시 우리만의 독창적인 무언가는 아닌 수학이나 달력에 관한 이야기 등이 그 것이지요.
음 그리고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올라간 글에 달린 전격님의 답글을 하나 가져와 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내용이지만 자민족중심주의에 경도되어 잘못된 내용이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쿠시 왕조: 나일강 유역의 아프리카 고대 문명. BC 900년 경 ~ 350년까지 약 1250년 존속
악숨 왕조: 북아프리카 고대 왕조로 BC 4세기 경 성립, 왕조 체제를 완비한 것은 1세기 경으로 10세기까지 약 900여 년 존속
압바스 왕조: 이슬람의 전성기를 이룬 왕조로 750년부터 1250년 경까지 약 500여 년 존속
일본 왕조: 명목상으론 단 한 번도 왕조가 바뀐 적 없음. 기네스북에 등재
새벽이라 당장 기억나는 것만 쓰는데, 애당초 왕조 존속 기간을 저렇게 따지는 거 자체가 일종의 열등감의 발로입니다. 제3세계의 역사를 뒤져보면 500년 이상 간 왕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러한 접근을 저는 사대주의와 서구중심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그들의 기준을 받아들이는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봅니다.
각 지역의 역사는 그만의 고유한 지리적, 정치적, 역사적 특성을 갖고 있는데 존속 년수만으로 일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제국은 도대체 왜 배제하는 줄 모르겠군요. 당시로선 가장 높은 수준의 국가 형태였는데 말입니다. 전혀 의미 없는 사관입니다.
더 큰 문제는 국가의 역사와 왕조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라 역사 1000년은 국가의 역사이지 왕조의 역사가 아닙니다. 신라가 왕조 체제를 정비한 것은 6세기 지증왕 경이고, 그 전에는 이사금, 마립간 체제로 석박김의 순환 통치 형태였지요. 신라 왕조가 1000년이라는 것은 호도입니다. 백제와 고구려 역시 비슷합니다(고씨, 해씨 논쟁, 비류백제 온조백제 이야기는 일단 넘어가더라도). 연맹왕국에서 고대왕국으로 전환되는 동안을 하나의 왕조로 퉁치는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이집트 왕조는 3000년 역사가 넘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서구에는 국가를 상속 가능한 걸로 봤기에 왕조가 바뀌면서 국가가 존속될 수 있었던 것이고, 동양에서는 왕과 국가를 동일시했기에 '역성혁명'이라는 개념이 생겼던 겁니다. 문명의 비교는 그러한 차이를 찾고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함이지, 무엇이 더 낫네 못하네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과도한 자민족중심주의는 이렇듯 사실을 왜곡하고 시야를 흐립니다. 서양에 주눅이 드는 건 오늘날의 모습 때문일지언정 과거의 역사 때문은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오늘날 비교적 나약한 모습 때문에 지난 역사를 과대포장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쓸데없이 비교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