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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1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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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국어학을 조금 맛보기로 배운 후 자부심 가지려고 만든 것 같네요...한글학 박사 자문이라니...진짜 배운건가? 국어학의 바이블 한권만 봐도 저런 소리 안 나오는데...
맨처음 훈민정음을 만들 때 몇몇 한국어엔 안 쓰일 발음들을 넣어 만든 건 사실이고, 그건 중국어 같은 외국 발음을 위한 발음표기를 시도했기 때문인 것도 맞고 그건 대단한 시도인 것도 맞아요. 하지만 이 세계 모든 발음, 음성을 적기엔 여전히 수가 한참 적습니다. 영어사전에서만 봐도 그 수많은 음성기호들에 한글을 완전 전부 다 대응시키기 어렵단 걸 아실 거예요. 소실문자 몇개를 추가해도요.
그리고 소실문자 4개는 한국어에 안 쓰이니까 고유어표기에서 점점 400년에 걸쳐순서대로 사라지게 된 겁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발음도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를 한국어표기에 써봤자 뭐에 씁니까. 아래아만 해도 근대에 저 위에 표기를 없애기 결정할 때 거의 300년때 1차 소실, 100년 전에 2차 소실을 거쳐 거의 발음상 소실됐고, 글자로만 드물게 남아있었어요. 사람들이 글자보고 발음 구별을 못하는데 당연히 없애는 게 당시 사정, 즉 백성의 말을 적는다는 원 취지에 맞는 겁니다. 게다가 저위의 발음들, 거의 다 추정발음들이지 실제 저 소리났다고 확신도 못해요!
연서로 만든 입술가벼운 소리는 진짜 일찍 소실됐어요. ㅂ밑 ㅇ적힌 거 말고 대개는 중국어 발음 적으려고 만든 단어였고, 고유어엔 ㅂㅇ만 쓰였는데 그마저도 15세기때 거의 한국어 자체에서 사라져가는 소리였고 그때도 이미 말이 많이 바뀐지라서 요샌 안 쓰는 거예요. 애초에 저놈이 진짜 독립적으로 쓰인 문자인지 아니면 ㅂ발음이 연음되며 나는 소리표기인지까지도 논란이고요. 요새 문법시간에 배우는 우 불규칙활용이 저 ㅂㅇ소리가 오/우로 바뀐 흔적이란 것까진 분명하지만요.
애초에 한국어로 모든 소리를 적는다는 그놈의 왜곡된 집착은 그만 말하면 좋겠어요. 못적어요! 못적는다고! 국제음성기호가 100개가 훌쩍 넘는데 어떻게 한글로 다 적어요 그걸! 표음문자라 일본중국보다 유리한 거지, 딴 표음문자들보다 편리하긴 해도 상황은 비슷하다고요! 지금 한글은 한국인을 위한 거지 외국 발음 정확히 적는 걸 최종목적으로 한 발음기호가 아니잖아요. 애초에 한국인이 외국 발음을 정확하게 표기하기 위해 한글표기의 규칙을 바꾸거나 한국어에 없는 발음을 위한 글자를 다시 되살려서 익숙치 않은 소리를 배우려는 거 자체가 "백성들이 자기말을 편히 쓰게 하려는" 목적에 엄청 전치된 이상한 일이에요. 주객전도라고 할까요. 그 나라의 문자는 당연히 그 나라 사람들의 말 소리를 쓰려고 있는 거니까. 영어든 일본어든 외국발음 중 구별못하는 소리 쓰려고 새 알파벳 만드는 거 봤나요? 그럴 필요없죠. 자국어는 있는 거 안에서 다 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어의 모든 음운을 다 쓸 수 있고 심지어 엄청 과학적철학적으로 만들어진 한글은 분명 그 나라에 상당히 훌륭한 기능을 수행해주는 훌륭한 알파벳이죠! 근데 음성기호로는 완벽하지 않아요. 물론 세종때 첫음성기호도 한꺼번에 만들려는 시도는 좋았고 의의가 있지만요. 현대에 와서 딴 나라 말 그대로 옮기려면 훨씬 더 좋은 국제음성기호 쓰지 굳이 왜...
게다가 저기 병서들이라고 포커스해서 적힌 거...대체 진짜 자문받은 건지, 조사는 제대로 하고 자료를 만들었나 싶을 정도네요. ㅇㅇ을 병서라 하는 국어학자가 대체 어디있습니까? 자음 나란히 쓴다고 다 병서라 인정받지 않을뿐더러, 저건 병서 아니에요. 훈민정음해례 어디에도 저거 병서라고 안합니다. 그나마 있는 추론이 모음ㅣ의 긴장음을 쓴 시도로 보는거라고요. ㅅㄷ과 ㅉ은 병서 맞습니다만 ㅅㄷ은 현재 ㄸ 발음이라 추정되고, ㅉ는 진짜 발음했는지 아니면 외국어발음용일뿐인지 변이음표긴지 논란까지 있는 애매한 병서예요. 학자따라선 쌍지읒소리가 중세고유어엔 없었다고 하는 경우까지 있어요. ㄹㅎ(여린히읗)은 병서가 절대 아니고, 가장 흔한 정론은 관현사형 어미 ㄹ 뒤의 첫 초성소리가 된소리되는 음운현상을 표기한 기능, 된소리되기 기능입니다. ㅂㅅ은 초성에 나타나는 자음군이고, 둘이 합쳐져 한 글자소리를 냈다기보단 걍 ㅂ과 ㅅ이 다 소리났다고 보는 쪽이 원론이에요....그 흔적이 좁쌀, 입때, 접때 같이 두 단어 합쳐졌는데 없던 ㅂ소리가 생기는 단어들..... 아니, 최소한 병서라며 빛으로 포커싱해 자료 만들거면 진짜 병서에만 포커스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리고 지역방언에 ㅂㅇ같은 비슷한 소리나 ㅂㅇ이 ㅂ으로 변해 남아있는 거, 그게 아니더라도 중세문법이나 단어들이 남아있는 방언들을 학자들은 다 찾고 정리해두고 있어요. 방언 조사 나가고 탐사나가고 음성 녹음해 남겨두고 그걸 근거로 중세국어 찾아보는 연구도 수도없이 많아요. 아예 더 근원적으로 한국어근원까지 파려고 유라시아 대륙 뒤지며 어족 분석하는 학자도 있는 것을.... 돈이 안 되는 일이라 전공자 수가 적고 지원도 받기 힘든데도 자료를 계속 쌓아가고 고생은 계속 이뤄지고 있어요.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우면서 아직 연구할 게 많으니까 중고딩에게, 대중에게 이런 내용까지 다는 못 가르칠 뿐이지... 진짜...
어쨌든 그 수많은 학자들의 노력이나 그들의 제대로된 자문은 생각도 안 하고 국뽕하려고 얕게 공부해 만든 자료 같네요. 심지어 전공자들도 함부로 확신해서 못말하는 것들로 너무 당당하게.... 진짜 한글의 멋진점이 얼마나 많은데 포커스도 조사도 엉성한 거 같아요. 너무한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