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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1 17: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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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이 조금 놓치고 계신 부분들을 말해보자면, 82년생 김지영이 한국 페미니즘 문학에서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이 너무 상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이게 우리 대중사회에서 너무 강력합니다.
소설 자체로 보자면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났고 일어날법한 일들이 잘 나열되어있죠.
그래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여성들이라면 한 번쯤 스쳐지나가는 기억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더 그렇고요.
비록 그 개별 사건들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과장되게 투영되었다는 것은 아쉽습니다만, 그 역시도 문학적 허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그것들의 결론으로 따라오는 메시지성을 우리나라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굉장히 선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것이 페미니즘 문학의 효시로 대변되는 보부아르의 그것들과는 질적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마치 페미니즘의 대표 문학인냥 철저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존재 자체만으로는 페미니즘과 안티 페미니즘의 싸움 소재가 되어있죠.
비교적 페미니즘에 유보적인 시선을 많이 보내려고 하는 저 조차도 '82년생 김지영'을 의미있게 읽었다고 하면 움찔 할 거 같습니다.
문학에 대한 한 개인의 소감 이상으로 페미니즘 논쟁에 대한 지리한 억지와 싸움들이 스쳐지나가니까요.
잘 설명해 보세요.
'82년생 김지영이 어떤 의미인지 최근에 알게 되었다.
나는 한국 사회의 성차별을 목도한 사람으로서 그 책에 의미를 발견해냈다.
하지만 그것이 남성들을 혐오하고 역차별하는 그들의 메시지를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해하지 말고 잘 봐달라. 나를 그동안 만나면서 내가 남성들을 규탄하고 적개심을 드러내는 사람이었는지를.'
이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는다면 책 때문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