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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2 2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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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참 단편적인 얘기만 들어서는 애매모호합니다.
이 연애에 식은 것인지, 인생 자체에 지친 것인지, 원래가 좀 무던하게 삶을 사람인 것인지가 또 다르거든요.
그런데 보통은 세 가지 모두 복합적이에요.
그리고 아주 중요한 변수가 있는데, 원래 남녀는 관심사가 잘 맞지 않아요. 애초에 생물적인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주변에 접하고 사는 사회가 다르거든요.
절대 메우지 못하는 갭이 있습니다. 찰떡같은 연애 하시는 분들은 정말 정말 극소수라는 거에요.
일단 환상을 버리셔야해요.
제가 진단하기에 여자친구분께 필요한 건 침묵의 시간과 오랜 포옹 같아요.
말 하지 않아도 그냥 꼭 안고 아무 말 없이 계세요. 좋은 식당 가시면 별 말 없이 고기 잘라주시고 입에 넣어주세요.
머리 쓰다듬어주시고 좋은 풍경 보면서 나란히 앉아 계세요.
롤 싫어하시면 같이 롤챔스나 인방 같은 거라도 챙겨보면서 앉아있어 보세요. 잘하는 사람들 보는 건 제법 재밌으니까.
이게 도움이 되는 이유는 작성자님께도 리프레시가 된다는 점이에요. 지난 6개월간 뜨겁게 달려오면서 고갈됐던 아이디어들이 재정립되고 재생산되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여자친구분 뿐만 아니라 작성자님도 여자친구분을 이해하실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지친 얘기, 싫은 얘기가 계속 자동으로 튀어나온다는 건 이 사람이 삶 속에서 꽤나 치이고 있다는 거거든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안 힘든 사람이 어딨어? 그 쪽 업계 아는데 그렇게 빡시지 않을 거 같던데?'
근데 사람마다 입는 데미지란 게 다르거든요. 에너지 레벨이 쉽게 떨어지는 사람이 분명 존재하고요.
그게 작성자님의 여친분일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물론 가장 쉬운 길은 이별이에요. 놓는 것 만큼 쉬운 게 없어요.
근데 지금의 불만투성이를 제외하면 장점이 많은 사람인 거잖아요? 뭘 해도 무던하게 따라오는 사람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그 사람이 둥글둥글 선한 사람이란 방증이기도 하고요.
하는 데까지 한 번 해보세요.
그리고 그 전까진 방법을 조금 시끄럽게 찾았다면, 이번엔 적막과 침묵 속에서 차분히 찾아보시길 바라요.
그럼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