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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8 15: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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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박명수 재수없다고 생매장 수준으로 집중포화 당하던 시절 실드쳐준 보람이 있어서 생색좀 내고 싶습니다.
박명수의 캐릭터는 '보통사람'입니다. 자기욕심 챙기고 적당히 기회주의적이고 소심한 야망을 가진, 그러면서도 남에게 좋게 보이고 싶은.
우리가 일상에서조차 드러내지 않고 숨기려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이미지메이킹의 끝판인 TV에서 자신의 캐릭터로 만드는걸 성공한 사람입니다.
이건 정말 대단한겁니다. 물론 노리고 한건 아니겠죠. (그렇게 치밀한 양반은 절대 아니고) 그래서 독보적입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한다는 자체가 불쾌할수밖에 없습니다.
시청자들은 스스로의 아름답지 못한 면을 보려고 TV를 보는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일단 감정이입에는 성공합니다. 이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가능했던거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되네요.
그때그때 달라지는 프로그램 포맷과 그녀석과 그그녀석 등이 터트려준 수많은 케미. 화학작용들은
우리의 약점을 모조리 가지고 있는 박명수가 나이 앞세우고 버럭버럭 소리 지르는 못난꼴을 보이더라도 이리저리 치이고 까이는 동안에
이미 한자락은 감정이입을 할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감정이입이 되면 그때부터는 그가 어떤 일을 하던 비판보다는 먼저 무의식적으로 그의 행동에 대해 비호를 하게 됩니다.
인간의 심리는 그렇습니다.
게다가 박명수는 인격부터 시작해서 가정사정까지 모자란(결코 모자라지 않지만)점이 듬성듬성 보이죠.
심리학 전공하신 분들은 이게 뭘 뜻하는지 동의할겁니다.
박명수는 그랜드캐년과 같은 케이스입니다. 자연의 신비죠! 우연과 우연이 겹쳐져서 태어난 캐릭터입니다.
무한도전 제작진의 과제는 앞으로 더욱 어려울겁니다.
박명수의 캐릭터가 가진 이미지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냥 풀어놓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하는게 무한도전이지만 유재석을 깔수 없는 이유가 있듯이. 이제 박명수를 까기도 어려워 질겁니다.
술먹고 쓰면 글이 늘어지는걸 다시 후회하며.
여러분 즐거운 추석되세요. 낮술은 좋은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