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2022-05-08 01:24:14
7
제가 초6(국6)때쯤. 강수연 배우가 연극을 했는데 연출자가 어머니의 친구셨어요. 연극은, 다소 어려운 희랍극이라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연출자 친구의 자식이라는 운좋은 기회로, 끝나고 무대 뒤에서 강수연 배우님의 사인을 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상상도 못한 기회라, 종이도 펜도 변변치 않았어요. 심지어 처음 건넨 펜은 나오지도 않았고ㅠㅠ 잘나오는 펜을 다시 꺼내려고 허둥지둥 하는데 강수연 배우님이 친절하게, 국딩인 저에게 연극은 잘 보았느냐 감상을 묻기도 하시고, 무섭지는 않았느냐 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확실히 초딩으로서는 조금 겁나는 캐릭터를 연기하셨으니까요. 저도 160cm의 단신입니다만(당시 이미 성장종료) 저보다도 작고, 그런데 온몸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한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었습니다. 이후에 거의 30년쯤 지났지만, 강수연 배우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이후에 배우님의 아우라를 더듬어가고자 전작을 다 봤었습니다. 제 딴에는 영화연출의 꿈을 가진 젊은 날이었고요. 어떤 작품에서도 빛나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조금 실망스러울 때는 있었지만, 강수연의 연기가 별로였던 작품은 없었습니다.
강수연은 강수연.
어릴 때 처음 미디어에서 본 강수연은 별빛같은 눈동자로 정면을 곧게 바라보며 응시하는 모습이었어요. 그게 삭발중의 씬.
그 별빛의 눈동자를 가진 분이 영면하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더욱 더 자유롭게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