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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1 11: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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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전부터 뛰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아니, 저렇게 힘든 것을 하인들을 시키면 될 것을 왜들 힘들여 뛰어다니는가"라는 한탄하시는 말을 읽을 때 깊이 감동하여, 이 말은 천하의 명문이다, 역시 배우신 분은 뭔가 생각이 다르구나 하고 온 하루를 감탄에 쓴 일도 있을 정도니까요. (이 말은 축구 혹은 정구를 처음 본 양반 혹은 고종황제께서 하신 말씀이라고 합니다.) 특히 싫어하는 것은 스키입니다. 산에 올랐으면 내려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굳이 구르고 넘어지며 내려올 필요까지 있냔 말입니다. 날이 추우면 따듯한 구들에 배를 깔고 누워 시원한 냉면이나 마시면 될 일이지 천지를 뛰어다니는 강아지 마냥 눈밭에 구를 일이 무어냔 말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깊은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쯪쯪. 올림픽이 다 무에란 말입니까? 금메달이 무에 대수란 말인가요? 말로는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가보지 못한 지경에 도달해보자, 이전보다 좋은 기록을 남겼으면 된 거다 등 좋은 말을 떠들지만 결국은 경쟁에서 이길 기회를 엿보는 사람들의 위안에 불과합니다. 대관절 다른 이보다 몸 좋은 걸 자랑해서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사람이 짐승보다 나은 것은 머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지혜가 있어 뭇짐승을 이기고 만물의 영장이라 합니다. 빠른 것을 따지면 황야의 표범을 따르지 못하고 높은 것을 보자면 창공의 수리를 이기지 못합니다. 코끼리는 몸이 집채만 하고 그 힘이 그 집을 무너트릴 만하지만 연약한 인간에 봉사합니다. 몸을 자랑하는 대회가 있다면 머리를 자랑하는 대회가 더욱 성대해야 함이 사람이 사람된 도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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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오늘은 조금 길게 풀어봤습니다. 사실 올림픽, 금메달, 경쟁, 기회, 기록을 가지고는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어서요, 이걸로 시를 짓기도 곤란하고 말을 만들자니 한마디나 두 마디 하면 끝날 것 같고 해서 오히려 과장하여 올림픽을 반대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장은 했지만 일부는 속마음입니다. 온종일 감탄하지는 않았지만 그럴듯하다 생각했거든요. 그렇다고 또 올림픽이 정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과장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