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ko.wikipedia.org/wiki/이상_(작가) 은 https://ko.wikipedia.org/wiki/김유정_(소설가) 에게 동반자살을 권유했다. 동병상련이었던가? 같은 병으로 고생하느니 같이 죽기를 원했다. 김유정은 거절했다. 김유정은 몸과 마음이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뒤에도 살기를 바랐다.
필승아.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밤에는 불면증으로 하여 괴로운 시간을 원망하고 누워있다. 그리고 맹열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딱한 일이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 달리 도리를 차리지 않으면 이 몸을 다시는 일으키기 어렵겠다. 필승아.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의 담판이다. 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 돈이 없는 것이다. 필승아. 내가 돈 백 원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동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가 좀 조력하여 주기 바란다. 또다시 탐정 소설을 번역해 보고 싶다.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허니, 네가 보던 중 아주 대중화되고 흥미 있는 걸로 두어 권 보내 주기 바란다. 그러면 내 50일 이내로 역(譯)하여 너의 손으로 가게 하여 주마. 하거든 네가 극력 주선하여 돈으로 바꿔서 보내다오. 필승아. 물론 이것이 무리임을 잘 안다. 무리를 하면 병을 더친다. 그러나 그 병을 위하여 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의 몸이다. 돈이 생기면 우선 닭 30마리를 고아먹겠다. 그리고 땅꾼을 들여 살모사, 구렁이를 10여 마리 먹어 보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궁둥이가 쏙쏘구리 돈을 잡아먹는다. 돈, 돈, 슬픈 일이다. 필승아. 나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렸다. 나로 하여금 너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게 하여 다오. 나는 요즘 가끔 울고 누워있다. 모두가 답답한 사정이다. 반가운 소식 전해다오. 기다리마.
김유정이 광주에서 폐결핵으로 죽은 뒤 18일 후 이상도 도쿄에서 폐결핵으로 죽었다. 동병상련이었던가, 아니면 같이 죽자고 한 것에 대한 복수인가? 당시 이상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았다. 마지막 희망으로 무작정 도쿄에 도착하였으나, 도쿄에도 실망하여 지저분한 모습으로 거리를 떠돌다 경찰에 체포당했다. 병이 심해 병보석으로 풀려나 결국 죽었다. 같이 죽고자 한 것에 대한 복수인가, 아니면 이상이 안타까워 저승사자에게 지시한 것인가? 동생동사(같이 살고 같이 죽은)한 김유정과 이상은 합동으로 영결식을 한 후 다시 헤어진다. 이상은 미아리의 공동묘지로 김유정은 한강으로. 전쟁 중에 이상의 묘지도 같이 없어졌다니 어쩌면 김유정을 만나러 떠났는지 모른다.
유정! 유정만 싫다지 않으면 나는 오늘밤으로 치러버리고 말 작정이었다. 한 개 요물에게 부상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27세를 일기로 하는 불우의 천재가 되기 위하여 죽는 것이다. 유정과 이상 - 이 신성불가침의 찬란한 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