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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8 03: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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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단순히 판례 하나가 있다고 해서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재판이 이뤄지게 되면 모든 상황을 면밀히 따져서 판단하게 되겠죠. 그 판례와 이 상황이 완벽히 일치하는 것이라 말할 수 없으니까요.
이 경우에서 인사팀과 회사 대표는 직원의 횡령이나 비리를 알야야 할 사람들 입니다. 310조로도 물론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의 이익이란 것은 사회정의 같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회사라는 단체나 회사와 이익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익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위법성 조각이란 것은 법에 명시된 다른 사항을 기술적으로 따라가면 명예훼손의 정의에 부합하지만 법적으로 명예훼손으로 보아 처벌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저는 이 경우는 명예훼손의 요건 중 공연성이 부족하여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이고요.
공연성에 대해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은 충족된다(86도556)"는 판례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인사팀 또는 회사의 대표가 이 사항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으리라는, 그러니까 전파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말은 할 수 없겠죠. 면직 등 징계를 위해서는 징계위원회도 열려야 할 것이고, 징계가 결정되면 무언가 변화가 있을테니까 회사의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될 것이고, 많은 사람이 알게되면 어디선가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찾아보니 이런 일도 있더군요. 징계위원회가 열러서 징계대상자에 대해 증언한 사람이 징계대상자에게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검사는 이 사인을 명예훼손인 것은 맞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기소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사람이 헌법재판소에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징계위원들이 징계위원회 회의과정에서 지득한 사실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는 조리상 당연히 기대되는 것(99헌마591)"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진정서의 내용과 진정서의 수취인인 학교법인 이사장과 위 교사의 관계등에 비추어 볼 때(83도2190)"를 저는 "직무상의 관계로 인해 비밀이 보장될 수 있는 사정이 있다"고 읽었지만, "사적으로 교사와 이사장이 친해서"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만일, 사적으로 교사와 이사장이 친했다는 이유가 전파가능성을 부정하는 것 이라면, 그 이외의 다른 판례는 어떨까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 은 불특정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가 불특정다수인에 대하여 행하여지거나 또는 이와 같은 사실이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야 하므로 타인을 비방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우송한 행위는 공연성이 없다(83도2040)"
위 판례에서는 진정서를 받은 곳이 어디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네요. 다른 판례로, "피고인이 강간전과가 있는 자가 전우사업회의 지회장으로 재직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며 지부장에 대하여 위 전과자 개인을 비방하는 차원에서가 아닌 그를 추천한 데 따른 책임을 부담할 것을 촉구하고, 당사자를 직위해제하고 중징계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촉구서를 작성하여 지부장에게 등기우편을 이용하여 발송한 경우, 위 지부장 이외의 사람에게는 전달되기 곤란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이 위와 같은 촉구서를 등기우편으로 지부장에게 보낸 행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 즉 공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인천지방법원 2004. 10. 13. 선고 2004노1757)".
인천지방법원의 판결은 공연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대법원에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확실히 모르죠. 공연성과 위법성을 부정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인용되며 공연성에 대한 판단 없이 위법성을 부정한 판례가 있거든요.
"과수원주인이 사과를 절취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의 과수원을 지키고 있는 자형만이 있는 면전과 새마을지도자만이 있는 자리에서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려는 방안을 구하는 일념으로 2회에 걸쳐 어느 특정인이 자기 소유의 사과를 훔쳐갔다고 이야기했다 하더라도 그 행위당시 형법 제307조 소정의 공연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의 통상 있을 수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대구지방법원 1986. 2. 13. 선고 85노1264)" -> "과수원을 경영하는 피고인이 사과를 절취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하여 과수원의 관리자와 같은 동네 새마을 지도자에게 각각 그들만이 있는 자리에서 개별적으로 피해자가 피고인 소유의 과수원에서 사과를 훔쳐간 사실을 말하였다 하더라도 통상적인 사회생활면으로 보나 사회통념상 위와 같은 피고인의 소위를 위법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86도1341)"
다시 말하지만 결과는 재판을 해 봐야 아는 것 입니다. 그러나, 인사팀과 회사 대표에게 횡령과 비리를 알린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공연성을 부정하거나 위법성을 부정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