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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07: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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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다 생각했지만 웃대 백일장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number=732090 장원이군요.
박진성 시인의 감상평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number=732377 입니다.
『비읍 님과 저, 이 작품을 장원으로 뽑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시인이 아닌가 의심된다”, “웃대에 시인이 있었다”, 이런 말들이 오갔습니다. 제가 읽은 이 작품의 마력은 이 시를 쓴 사람의 언어를 다루는 능력입니다. 마치 정성스럽게 애인의 옷을 조금씩 벗겨내듯이(웃대니까요, 좀 웃으면서 쓰겠습니다.) 언어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몹시 절실하게 느껴지고 그 솜씨 또한 거의 기성 시인에 육박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술이 들다”는 말을 저도 이 시를 읽고 처음 찾아봤는데 대략 ‘술에 취하면’, ‘술 생각이 나면’ 정도로 읽으면 되겠습니다. 시는 의미가 중요한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제 마음대로 읽어봤습니다. “술이 들다”는 표현이 절묘한 것은 이 시의 첫 문장 때문입니다.
“술이 들면 비가 나는 것은 아주 이상하다”. 술은 들고, 비는 나(가)는, 이 이상한 풍경이야말로 어쩌면 외로움의 본질이겠지요. 술은 내 안으로 들어오고 비는 바깥으로 향합니다. 이러한 첫 문장의 대립/ 고립이 이 시 전체의 축입니다. “싸구려 멘솔 시거렛을 있는 힘껏 깨물어 가을도 겨울도 아닌 아스팔트”에 뱉는다니, 어쩌면 시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문장이지요. ‘담배를 계절에 버린다’는 발상은 얼마나 신선합니까. 앞서, ‘말의 운용’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 이 시 각 연의 종결 부분을 주목해서 보면 “나는”, “것이다”, “나는”, “입에 물고 역시”, “털어놓는 것이다”, 대략 이렇습니다. 현란합니다. 뒤의 문장을 읽고 싶게 만드는 일종의 ‘유혹’입니다. 하지만 이 현란함에는 억지가 없고 강요가 없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해 주는 애절한 애무 같습니다. (이곳은 웃대입니다.)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이 절창입니다. 자신의 “걱정”을 “지나간 사람들의 빈 자리에 털어놓는”다니,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이러한 표현은 웃대 정신에도 부합하지요. 누군가의 걱정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내가 올린 어떤 게시글을 누군가 읽으라고, ‘빈 자리’에 놓는 거. 우리가 아무리 섹드립이 심해도 그거, 나 혼자 좋자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분, 정말 궁금합니다. 시인이라면 이실직고 해주시길 바랍니다. (개념 20g 바로 보내겠습니다. 좋은 시 정말 감사합니다.)』
이 감상평으로 박진성 시인이 험한 일을 당하셨네요.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pg=0&number=739625
왜 그랬을까? 시도 좋고 감상평도 문제될 것 없는데... 이렇듯 열심히 감상해주는 것이 배가 아팠나? 마음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