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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2 01: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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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네요.
첫번째는 심각성을 느낀게..어릴때 모친상을 당했는데 죽고싶을만큼 괴로운데 조문 온 친구들에게 제가 웃고 있더군요..
얼굴 근육이 제 의지와 상관없이 웃는상으로 움직이는 느낌.. 심지어 멈출 수도 없더군요. 이후 정신과 치료 받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종종 강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의지와 상관없이 얼굴이 웃고 있어요. 제 감정과 상관없이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동시에 느끼면서요.. 머리로는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내 몸이 내 생각대로 안됩니다.
두번째는 제가 철들면서 부터 삶의 목표로 삼고 평생 노력한 일이 있었는데요.. 제가 태생적인 이유로 아무리 후천적 노력을 해도 이룰 수 없는 꿈이더라고요. 처음부터 가능성이 낮다는걸 알아서 아무리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 노력이 허무해지더군요.
이미 태어날때부터 결정되어진 것때문에 노력이나 의지가 소용이 없다는게 사람을 참 미치게 만들어요.
진력이 날 정도로 상황도 안좋고 여러가지 겹쳐서 거의 2년동안 삶의 의지가 안 느껴지더군요. 이 기간동안은 완전히 칩거상태였습니다.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그렇게 되더군요. 우울증도 심하게 왔었고요. 제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의미도 없는것 같고..자해도 하게 되고..
지금은 재활활동을 해서 많이 좋아진 상태고요. 성격이 변했다고 해야하나.
원래 저는 좀 마이웨이형이었고 주위사람에게 영향을 별로 안 받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주위사람의 감정에 쉽게 휩쓸리게 되었습니다.
칩거상태일 때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저는 도와줄 가족이 없고 외지에 혼자 있어서 더 상태가 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결국 자기 의지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사람이니까 사회적인 동물이니까, 주위에서 영향을 받는게 큰거 같아요.
좋은 사람, 좋은 책, 탁 트인 강가나 아름다운 꽃같은것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것이나 관심있는것.. 이런것이 다시 힘을 주는거 같아요.
사람이 제일 큰 비중인거 같고요. 저는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서 굉장히 빠르게 재활이 된 케이스거든요.
힘들면 좀 쉬어도 되고, 남들이 다 하는것과 내가 하는것을 비교할 필요가 없다.. 살아간다는건 경쟁만이 아니다..
반드시 타인에게 상냥하게 대해야하는 좋은 사람이 되야 할 필요는 없다..
저는 이제 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간 기분입니다. 혹시 힘드신 분이 계시다면 힘내지 마세요.
도망쳐도 괜찮아요.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세상의 평균은 나의 평균이 아니라는걸 기억하세요. 할 수 있는걸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