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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2 10: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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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문재인을 무척 어려워했다. 문재인은 그의 외우(畏友)였다. 그 한 장면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1989년 3월, 청문회 스타였던 노무현이 의원직에 회의를 느끼고 사퇴서를 제출한 ‘노무현 의원 사퇴파동’ 때였다. 노무현은 사퇴서를 국회의장에게 우편으로 발송해 버리고 정처 없는 여행을 했다. 열흘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당초 생각대로 사퇴를 하느냐, 반대여론을 받아들여 사퇴번복을 하느냐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다음날 아침 명륜동 집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는 아침 일찍 첫 비행기로 상경한 문 변호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나보다 나이는 적지만 언제나 냉정하고 신중한 사람이고 권세나 명예로부터 초연한 사람이었다. 아내가 무슨 뜻으로 그를 불렀는지 모르지만 그는 내 편에 서 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그냥 (사퇴 번의서에) 서명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고통스럽고 창피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부끄러웠던 순간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겪어 보는 것이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