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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5 23: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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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딸은 아르바이트 잘린 날, 돌아오다가 죽임을 당합니다. 그 아르바이트는 대학 등록금을 위해 하고 있던 것이었지요.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딸이 넌지시 대학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모아놓은 돈을 내주려 생각하고 있었어요.
-참 아이러니하지요. 이야기만 더 했더라도 아영이의 인생은 달라졌을텐데. 그렇지만 원래 인생이란 게 이렇습니다. 뭐, 어쩌겠어요.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데.
살인을 저질러놓고도 잡히지 않은 범인만 신났겠네요.
-그러게요. 범인은, 누구일까?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건너편에 앉은 이의 새까만 눈을 마주보았다. 그녀에게는 이미 눈 앞의 그가 범인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다만 그를 범인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를 감옥에 쳐넣을 물적증거가 없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안 잡힌다고 확신하지만 웃을 수 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놈이 흘린 것으로 보이는 증거품을 제가 얻었거든요.
-그럼 이제 범인이 잡히는 건가요? 드디어 안심하고 잘 수 있겠네요.
정말로 안심한 듯 말하지만 눈 주위의 근육이 미묘하게 틀어졌다. 팔을 슬슬 들어올려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경청한다. 전부 심리적으로 위축되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취하는 방어적인 태도다. 눈 앞의 남자는 명백히 긴장하고 있었다. 여자는 밝게 웃었다. 자신이 '이겼다'.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증거를 제거해 완전 범죄를 추구하는 이들은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는다. 특히나 쾌락적인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자신이 경찰과 게임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완벽한 자신과 무능한 경찰과의 게임, 옆에 두고도 알지 못하는, 그런 게임를 하고 있다고.
그러나 모든 게임은 언젠간 끝난다. 이 기만적이고 오만하고 자기과시적인 게임은, 작은 변수가 승패를 뒤집는다. 자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범죄현장, 자신이 제어하지 못한 작은 변수가 있다는 것을 안 순간 추접한 범죄자의 평정심은 깨어진다.
-에, 잡힐지 아닐지는 실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증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흠, 그게 좀 커서 집에 두고 왔는데, 한 번 봐주시겠어요? 경찰에게 면박이라도 받지 않을까 무섭네요...
여자는 겁먹은 척 하며 여유로운 태도로 남자를 관찰했다. 그는 아마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자신을 죽일지.
-예, 그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