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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4 15: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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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고치느라 지우고 다시 올립니다.)
글쓴이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옳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적극 공감할 수는 없습니다. 마치 "음악을 듣는 건 위험합니까? 예, 아니오로 답하시오." 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원론적으로 "자전거는 나 뿐만아니라 남들에게도 안전하게 타야한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불가침의 성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쓴이와 이에 동조하는 측의 주장은 언제나 성역의 중심이지만, 음악 감상을 즐기는 측의 스탠스는 언제나 성역의 변방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성역의 변방이라는 것이지 성역을 벗어난 건 아닙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음악 대신에 자연의 소리를 들어라? 이런 걸 미사여구라고 합니다. 일견 그럴듯해보이지만 치장을 다 제하고 보면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죠.
무슨 말인가 하면, 자연의 소리를 듣든 인공의 소리를 듣든 주행 중 외부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건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에 뒤에서 접근하는 기척을 느끼는데 방해되는 건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원론적으로 옳은 그 주장을 위해서 우리는 주행 중 1초도 멍때려서는 안 됩니다.
"아~ 힘들다.", "오늘 바람이 참 좋네" 이런 생각도 하면 안 됩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주변 경치를 즐기면서? 어딜 위험하게 고개를 돌리나요. 시선은 오로지 전방 고정. 그리고 추월이나 차선을 변경할 때 살짝살짝 뒤와 옆을 돌아보되 재빠르게 확인하고 다시 전방을 주시해야 합니다.
자전거에 오른 그 순간부터 다시 내릴 때까지, 우리의 눈과 귀를 비롯한 모든 감각은 오직 목적지까지 무사히 주행하는 데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
네, 좀 어이없죠?
억지스럽고. 애들 말싸움 하는 것도 아니고 뭐 이런 논리가 있나 싶고.
글쓴이의 주장은 옳지만, 이에 동조하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지나치게 격한 반응을 하시는 분들이 쓴 댓글을 보는
반대측 심정이 딱 그렇습니다.
물론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음악을 듣는 것보다는 안 들으면서 타는 게 더 안전합니다.
되도록이면 안 듣는 문화가 좋습니다.
이어폰을 꼈지만 나는 다 들린다?
귀에 들린 소리만 기억하는 겁니다. 당연히 못 들은 소리는 내가 못들었다는 인식조차 못합니다.
나는 스피커 볼륨 작게해서 잘 타고 다닌다?
사람마다 "적당"의 정도가 다른 법입니다. 혹시라도 누가 이의를 제기하면 괜히 위아래 훑지 말고 군소리없이 그냥 볼륨 더 낮춰주세요. 그게 배운 사람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음악을 즐기며 타는 사람들이 "으하하 빌어먹을 세상 나 빼고 다 뒤져라~" 이런 마음으로 타는 거 아닙니다.
볼륨 있는대로 크게 올리고 "앞도적인 음악으로~ 마이 라이프 포 뮤직!" 이렇게 타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솔직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우리 인과 관계는 분명히 합시다.
음악 때문에 위험하다고 하는 대부분의 상황들을 잘 생각해보면 그 음악 이전에 속도에 대한 욕심이 깔려 있습니다.
트랙과 차도가 아닌 다음에야 자전거가 갈 수 있는 도로는 대부분 권장속도가 시속 20 이하인데 이 정도 속도를 지키는 한 돌발상황에 크게 다칠 일도, 반대로 스피커 볼륨을 폐가 될 정도로 올릴 일도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차마 없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워낙에 세상이 넓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