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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2 1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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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사설로 유명한 실학자 성호 이익의 말에 따르면,
"대저 도둑질은 먹고 입을 것이 부족하기에 하게 되는 법이니, 굶주림과 추위에 내몰리면 올바른 도리를 돌아볼 겨를이 없는 것이다. 위에서 다스리는 사람이 아무리 깨끗하고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만약 백성에게 생업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입고 먹을 것이 모자란 나머지 온갖 고생을 갖추갖추 겪는다면, 어찌 도둑질을 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라 했습니다. 물론 저 말은 "도둑질"을 두고 한 말이지만, 그중 '굶주림과 추위에 내몰리면 올바른 도리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부분은 "합리적 소비와 윤리적 소비" 논쟁을 바라보는 한가지 관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합리적 소비'에서 [합리적]이라는 말과, '윤리적 소비'에서 [윤리적]이라는 말에는 엄청난 가치 선입견이 내포되어 있기에
자칫 양자가 양끝단에서 대치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마치 합리적 소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비윤리적이고 반대로 윤리적 소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비합리적 사고를 가진 것으로 매도될 우려도 있습니다.
또한 무엇을 합리적인 것으로 보는가에 따라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소비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개념입니다.
즉, 이러한 논쟁에는 용어에 대한 정의 내리기가 충분한 철차와 시간을 거쳐 분명하게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논의의 범위를 적절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가령, 겨우겨우 도둑질만은 안 하고 버티는 가정에게 아이들 분유가 남양인지, 메일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을 두고 평가할 수도 없고요. 그러니 모든 경우에 있어서(굶어죽는 한이 있어도)의 윤리적 기준을 강요하는 것인지, 아니면 의식이 족한 다음을 말하는 것인지 이런 조건도 명확히 제어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마치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힘빠지는 작업 내지는 쓸데없는 트집잡기처럼 여겨지나
이게 안 되면 사실상 논의는 "너 비합리적!", "이 윤리도 모르는 색히" 이 따위 드잡이 논리 수렁에 빠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