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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18: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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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 대중음악계에서 소위 '먹물' 들은 뭐랄까 조금 외따로 떨어진듯한 이미지가 있지요.
어쩐지 일제 강점기 때나 근대화 초기 시대 시인들의 명맥을 잇는것 같아 보이는 느낌이랄까요.
예전 포크 시대 때나 민중가요 시대 때도 유학파나 대학생 출신의 엘리트 계층이 주도한 면이 있었지만,
민주화 이후에 대중음악계로 뛰어든 '먹물' 들에게도 그 이전 세대들에게 가졌던 일종의 경외심이 어느 정도는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대중들은 그들에게 무언가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속되지 않은 이미지를 원하면서도 또 거리감을 느낄때도 있고 그렇겠죠.
기존 '딴따라' 들은 밥그릇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면서도 그들이 가져온 새로운 음악에 마음을 빼앗기는 이중적 감정을 느꼈을테구요.
그래서 90 년대가 참 대박이었습니다.
'먹물' 들과 '딴따라' 들이 서로 절차탁마하며 각자가 낼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들을 말그대로 쏟아냈던 시절..
지금이야 뭐, 어지간한 누구나 대학교에 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또 싱어송라이터 시대를 지나 아이돌 천국인 세상이 되었으니 당분간은 이런 구도를 다시 볼수 없겠지만요.
이렇게 가끔씩 '먹물 음악인' 들이 다시금 회자되는 이유는,
물론 그들이 이룬 학업 자체에 흥미가 있기 때문일수 있겠으나,
한때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서 음악 기법 자체의 커다란 변용을 가져다 줌은 물론,
깊이있으면서도 잘 정제된 가사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와 깨달음을 전해주었던 이들, 그 시절에 대한 향수때문일수도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