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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5 15: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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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에 나오는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남해의 왕은 숙, 북해의 임금은 홀, 중앙의 임금은 혼돈이라고 한다
숙과 홀이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은 그들에게 후한 대접을 했다
숙과 홀이 혼돈의 은덕에 보답하기 위해 의논을 했다
'사람에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서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 쉬는데 혼돈에게는 없으니 구멍을 뚫어줘 봅시다'
날마다 구멍 하나씩 뚫었는데 7일째 되는 날 혼돈이 죽었다
인간 세계는 100이면 100인이 모두 다른 욕망을 품고 있습니다
도덕과 규칙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한마디로 혼돈의 세계일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카오스의 세계에 구멍을 뚫어 코스모스로 바라보려 합니다
하지만 도덕과 규칙은 대개 권력을 가진 자가 만드는 것으로, 권력자의 욕구와 이익에 복무할 경우가 많지요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익'이니 '국민대통합'이니 하는 소리도 실은 헛소리에 가깝습니다
자본과 노동은 이해관계가 반비례하는데, '국익'으로 한 데 뭉뚱그려 말한다면 노동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라는 얘기가 되지요
니체가 살고 있던 시대는 기독교식 선악의 기준에서 만든 도덕이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던 때였고,
니체는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신의 부속물로 만드는 그러한 선악 속에서 판단하지 말고
한발 물러서서 선악의 저편에서 판단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을 권했습니다
선과 악, 도덕률 뿐 아니라 우리가 상식이라고 부르며 당연히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많은 것들은 상식적이지 않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땅을 소유한다는 것이 우리에겐 당연한 개념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폭발적인 인플레를 보고 있노라면 화폐라는 것도 다시 한번 정체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권력자에 대항해 싸우며 권력자의 논리에 맞받아치며 따지다 보면 어느새 권력자의 이데올로기를 배워 그 프레임 안에서 사고하고 논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