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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6 16: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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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샤카 줄루'라는 미드를 방영했는데 고증에 충실하여 여배우들도 가슴을 드러낸 옷을 입었습니다
처음 봤을 땐 공중파에서 여성의 가슴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으로 느껴졌는데, 계속 보다보니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애써 팔로 가슴을 가리거나 모자이크를 했다면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했을 수도 있었겠네요
이후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미드에서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타이트한 티셔츠를 입어 유두가 드러나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됐지만 성적인 상황과 연결되지 않으니 가슴은 전혀 성적인 자극을 주지 않았습니다
제 어릴 적엔 버스 안이건 어디서건 가슴을 내놓고 모유 수유 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배고픈 아기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일이지 주위 사람들에게 성적 어필을 하거나 모욕감을 주려는 의도가 아님을 모든 이가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대학 때 교양 수업으로 들은 철학 강의 중에 여성의 가슴이 성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남성의 가슴처럼 일상에서 쉽게 드러내는 분위기라면 그것은 성적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근원적인 이유는 여성의 유방이 엉덩이를 닮아서다(인간이 직립보행을 한 이후로 엉덩이로 성적인 어필을 하는 것이 불리해져서 대용으로 유방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등등 여러 의견이 나왔습니다 딱히 결론은 없는 토론이었습니다
예전에 어느 미술교사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의 누드 사진을 게재해서 징계를 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누가 봐도 성적인 의도로 찍은 사진이 아니었고, 공중 목욕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나신 자체가 성적 흥분을 유발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보는 사람의 주관적인 해석의 여지가 있고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가르는 기준이 명확한 것도 아니기에, 굳어져 있는 통념을 흔들어 줘서 한 번쯤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페이스북코리아 앞 상의탈의 시위는 훌륭했고 삭제된 게시물도 다시 삭제가 풀렸다고 하니 합목적성 면에서도 성공적인 시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