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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5 1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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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등이고 고향은 광역시지만 교생실습은 농촌에서 했어요.
학교 바로 근처의 사대부고나 부설중 가도 됐지만 너무 많은 교생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가서 메뉴얼에 맞춰 실습하는 곳 보다는
한달이지만 아이들과 직접적으로 부딪치고 나름 수업 욕심도 있어서 선택해서 가게 됐습니다.
저 역시 그때 경험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교직 생활 하는데 원동력이 되기도 하구요.
교생 지도해주시는 선생님들도 여유가 있으셔서 이것저것 조언도 많이 듣고 나이스 기본 업무 시스템도 교생때 어깨 너머로 접해봤네요.
글 남기신 선생님 말씀 백퍼 공감하는게 지방으로 올 수록 정말 교육이나 주변 환경이 참 열악해요.
제가 교생갔을 때 마침 아이들 가정환경 조사 설문 기간이었는데
담임 선생님께 부탁 받아서 종례시간에 걷고 퇴근 전까지 취합했는데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조부모에게 맡겨져서 지내는 아이들 등등 각자 다양한 집안 사정이 너무나 많았어요.
학원 같은 사교육도 읍내에 한두개 있는 속셈학원 정도가 다고 피아노를 만져본 아이들이 한 반에 많아봐야 채 10명이 안되는... 빈부격차도 너무 심하구요.
도시 아이들과는 문화 생활을 누리는 환경 자체도 다르더라구요.
주말에 시외버스타고 한시간쯤 나가야 있는 중소도시에서 쇼핑하고 문화생활 하고 오는 게 아이들의 유일한 낙이고, 이 아이들의 꿈은 대학을 꼭 대도시로 가서 도시에서 자리 잡고 시골에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참 안타까웠어요. 2000년 후반의 10대 아이들의 꿈이 시골에서 벗어나 도시로 가는 것이라니...
지방 학생들 참 착합니다.
중등도 농어촌 지역 점수 때문도 있지만 아이들이 참 예의바르고 선생님 좋아 하는게 눈에 보이고 예뻐서 교직 생활 중 멘탈 치여서 지치고 하면 농어촌 들어갔다가 아이들덕분에 힐링하고 나오신다는게
다녀오신 선생님들 말씀이시고 시내 나오시면 한동안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같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태도 자체가 너무 다르다구요.
교사는 가르칠 대상이 있어야만이 존재할 수있는 직업이지 교사 혼자서는 존재 할 수없지 않겠습니까.
가르치는 일 자체에 소명을 갖고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고자 마음 먹는 예비 교사들이 좀 많이 계셨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