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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00: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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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궁과 관련한 재미난 사실이 두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일본궁이 목궁 치고는 잘 만든 축에 속한다는 것인데, 활의 정 가운데를 파지하는것이 아니라 활을 삼등분 한 두 지점 중 아래 지점을 잡고 쏜다는 것입니다. 지금 궁도를 보면 약 2미터 길이의 활의 아랫 삼등분 지점인 활의 아랫 끝부터 약 70cm 올라간 부분을 잡고 쏘며, 나머지 위로 130cm가량이 머리 위로 높이 치솟아 있습니다. (천정이 낮은 건물에선 쏘기 힘들겠죠.)
이게 활이 길어지다보니 쏠 때 진동이 거의 휘청거리다시피 크게 흔들리는데, 그 진동을 잡아주는게 중앙이 아닌 삼분의일지점을 잡아야 손에 진동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옛 왜인들의 키를 고려하면 이 삼분의일 지점을 잡는것이 활이 발 위치까지 내려오고 나머지 두배 되는 길이가 머리 위로 솟기 때문에 당시 왜인의 키로 감당 가능한 가장 큰 길이의 활이 일본궁의 크기였던겁니다. 짧은 그들의 키에도 불구하고 활의 중앙이 아닌 삼분의일지점을 잡고 쏘는 형태로 만들어 길이를 더 늘릴 수 있었던겁니다.
그리고 둘째로 조선의 각궁은 궁기병에 특화된 짧고 강한 합성궁의 대표적인 예시인데, 그렇다고 목궁중에서도 기형적으로 긴 목궁임에도 마상사격을 안한게 아닙니다. 활을 옆으로 뉘여서까지 말 위에서 쏩니다. 불편하기야 하겠지만 못할건 없다는거죠. 그럼에도 다른나라의 궁기병들이 짧은 합성궁을 찾았던 것은 그들이 활만 쏘는 기병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달리는 말 위에서 편곤이나 검을 활과 오가며 꺼내들어야 하는데 활이 길고 거추장스러우면 그러기 어렵겠죠. 그런데 왜인들은 자기 키보다 큰 활을 그것도 덜그럭거리고 직각진 대나무갑옷을 입고 말 위에서 그짓을 한겁니다. 어떻게 보면 참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