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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8 23: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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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님//
프로그램도 가동중에 지속적으로 변동하지만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인식되죠. 변화하더라도 그 변화에 연속성이 있다면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정도 선까지는 과거의 나도 나이다라고 볼 수 있는겁니다. 어제까지의 나는 거의 비슷하니 나이고, 또 그제의 나는 어제의 나와 거의 같고... 그렇게 가다보면 10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동일인물인가라는 물음에 도달하죠. 그게 위에서 다른분이 말씀하신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입니다. 티코를 엔진부터 핸들까지 하루애 하나하나 바꿔가며 얘는 엔진바꾼 티코, 얘는 거기에 문짝도바꾼 티코.. 하다보면 어느세 페라리가 되어있는데 그걸 티코라고 할 수 있냐는거죠.
결국 이건 자신이 나늬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자아의 인식문제입니다. 지금이야 인체라는 틀에 정신이 갖혀있으니 별 고민할 것 없이 간단하지만 미래에 나를 백업하고 복사하고 불러오고 개조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나라는 존재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자아의 정체성위기가 옵니다.
님이 제기하신 질문은 아주 중요한 철학적 질뮨입니다. 다만 변하기 때문에 우리는 구조가 아닌 물질이다라는 것에는 논리적 오류가 있습니다. 인간의 의식은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시간축을 따라 변동하며 존재하는 연속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두 사람간에 한마디만 꺼냈는데도 내가 나인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에 도달했습니다. 사람의 인격이 더이상 단일 뇌에 담긴 정형적 존쟈가 아니게 될 때 인류는 정체성 혼란을 겪을겁니다. 팔다리를 개조한 사이보그가 인간인가 질문하던 2000년대 공상과학만화같지만 뜯어고치는게 팔다리가 아니라 정신이게 된다면 우리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겁니다. 우리가 고쳐지는게 아니라 우리와 같은 인공적 존재가 만들어진다면 그 정체성 혼란은 무시되기 더 쉽습니다. 이기적이게 되고싶은 경향이 우리에게는 있으니까요. 이것이 제가 말하는 인문학 성숙과 보편화의 중요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