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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31 07: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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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불법인거 인정하고, 저런 물품 사용하는 것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만, 그런 글들이 올라온다고 해서 이제 오랜만에
레트로 게임으로 인해 과거의 즐거운 추억과 만나고 있는 글 쓰시는 분들이나 호응하는 분들에게 "그거 불법이야 라고" 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적어도 충분히 불법임을 인지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어쩔수 없는 경우도 충분히 사례는 많습니다. 레트로카페 여러군데서 활동하신다고 하시니 잘 아시겠죠.
사례를 들어드려볼까요?
APPLE II -> 디스크 베이스의 게임을 할수있습니다. 네이년 모카페에서 디스크레이블 팔고 디스크 카피해서 팔죠?
2D/2DD 5.25인치 공디스크 수요가 아직도 많습니다. 정품디스크 지금 구할수도 없고, 구해도 언제 죽을지 모릅니다.
다들 밀봉하고, 공디스크로 카피해서 게임하죠. 애플II 본체에서 즐기는 카피디스크 게임은 복돌 아닐까요?
MSX -> 디스크 및 롬팩 베이스로 게임을 할수있습니다. 네이년 모카페 및 파라동 등등에서 SD MMC 드라이브 카트리지는
거의 필수 소장요소입니다. 이걸 쓰는 모든 사람들 역시 불법이죠? 대체가 가능할까요? 담배갑만한 메가롬팩 하나에
얼마가 들죠. 그나마도 있으면 사서 쓰겠죠. 구할수가 없습니다.
단 두가지만 예를 들었지만, 거의 모든 레트로는 마찬가지 형편입니다. 제가 레트로에 들인 돈과 노력이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만, 가끔 합팩이나 합팩기판으로 게임 즐기시는 경우를 보고 나는 이렇게 힘들게 모으고 힘들게 연결해서
힘들게 즐기는데, 너무 쉽게 하는구나 하는 허탈감을 가지지 않습니다.
유치하지만, 레트로쪽은 많이 알거나, 많이 가지고 있으면 RPG의 레벨처럼 나뉘는 성향이 특히나 강해서 복돌을 사용하면
마치 치트키를 사용하는 것처럼 만렙유저들이 기분 나빠하는 경우 상당히 많습니다. 정작 자신들도 복돌을 사용하면서
말이죠. 가지고 있는 정품제품들은 아까워서 쳐다보고만 있구요.
아케이드쪽도 이쪽분야 고수분들 많이 알고 있습니다만, 정작 자신들도 번거로워서 복돌씁니다. 크라운 케이스, 세가 아스트로시티,
타이토 뷰릭스 케이스 같은 것들 집에두고, 게임기판 갖추고 하려면 전용으로 방하나로도 벅찹니다. 거기에다 게임기나 8비트
컴퓨터까지 하려면...
복돌쓰다가 정품사는 분들 극소수라고 말씀하셨지만, 케바케입니다. 복돌을 쓰면 상대적으로 허전한 부분이 생길수밖에 없습니다.
월광보합 같은걸로 스캔라인 구현은 어떻게 할까요? 마메나 에뮬 돌려도 15Khz RGB 화면의 부드러우면서도 쨍한 느낌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요. 결국은 스캔라인과 15Khz RGB 때문에 브라운관 RGB 모니터를 찾게 되고, 이렇게 모으다 보면 정품을
구입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이렇게 구해도 아까워서 복돌쓰는 사람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윗분 말씀의 의도와 우려를 저도 충분히 잘 알고 있습니다. 불법을 상식이라는 마법의 단어로 경계를 희미하게 하면 생기는
좋지 못한 결과를 수도 없이 봤습니다. 하지만, 대안은 없고 고칠수도 없으면 어떻게 할까요? 프로그램 저작권은 저작권자 사후
70년입니다. 현재 사용되는 모든 프로그램들은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저작권자가 저작권을 포기한 것을
제외하곤 말이죠.
저 프로그램 저작권자들은 개인이 사용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몇년전 나온 게임들도 아니고 기본이
십수년 이상, 수십년 된 게임/프로그램들이죠. 더 이상 수익도 없고 라이센스의 값어치도 없습니다. 다만 게임캐릭터때문에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불법/불법/불법 이라고 강조하면, 80~90년대에 즐겼던 분들이나 이런 것이 있는 것을 알지, 10대 20대가 저러한 것이
있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모든 것들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되고 실전되게 되겠죠. 이건 불법이야라고만
하고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지 않는다라는 점이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갑갑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데,
그 저작권이라는 것도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조차 신경도 쓰지도 않고, 거의 반 포기 상태인데요.
솔직히 레트로 유저분들중 복돌에서 자유로운 분 정말 단 한분도 없습니다. 영화나 음원처럼 인터넷이나 셋탑에서 몇십원/몇백원/
몇천원이면 정식 라이센스를 살 수 있거나, 표를 들고 극장가면 되는 것과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MVS도 초창기 또는 몇몇 종류의
복돌이 어려운 기판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MVS팩도 다 불법이고, MVS 아케이드 기판도 상당수가 다 짝퉁입니다. 짝퉁은 둘째치고
SNK에서 신규기판 찍는 것도 아닌데, 기판을 소유하지 못하면, 아예 하지도 못하게 해야 하나요.
불법이라는 말은, 너 이거 하는 것은 범법자가 되는 거야 라는 말과 같습니다. 위에서 불법 이야기하신 분들의 뉘앙스가 그렇습니다.
벌써 이런 글에는, "와, 오랜만에 보네요.", "오, 신기한 거네요.", "옛날 게임은 이랬군요.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등등의 댓글이 달리게
되어 있습니다만, 불법불법 하시니 아무도 그런 댓글 안달게 됩니다.
마치 시골 신작로에 횡단보도가 없는데, 5살 아이에게 여긴 차도이니 너 여기 건너면 무단횡단이야. 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집은 건너편인데 말이죠. 나라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더이상 횡단보도를 설치할 의지도 없는데요... 그냥 이러한 상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고, 자신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면 지키면 되는 것입니다. 뉴비가 유입될 포털앞에서 불법이라고 하기보다는
여러 레트로 카페나 사이트에서 불법이라고 외치는게 더 맞는게 아닐까요? 본진은 따로 있는데, 입구기지만 건드리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