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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9 22: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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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정확한 비유가 없지만 저는 예술작품은 길이나 양을 척도로 가격을 메기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저한의 분량이나 질의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제 소설이 거기에 못 미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그럼 2년이 걸리던 3년이 걸리던 계속 고치고 늘렸겠죠. 더 이상 늘어나면 내용이 늘어진다고 판단하고 완결을 낸거죠.
냉정한 평가는 슬프지만 문제가 되지 않아요. 재미가 없었다면 재미없다고 해도 됩니다. 취향이 아니었으면 취향이 아니었다고 해도 됩니다.
하지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고 아무리 돈을 낸 사람이 왕이라지만 기본 예의가 있어요.
식당 가서 밥을 시켰는데 양이 너무 적다고 '맛도 더럽게 없는데 양도 적고 성의가 없네. 요만큼에 얼마가 말이 되냐?'라고 반말로 항의하는 거랑,
'맛있네요. 다 먹었는데 조금만 더 주시면 안될까요?'라고 존댓말하는 거랑 분명 다르잖아요.
전자는 '애초에 맛도 더럽게 없는데 양이 적으면 땡큐 아닌가요? 다음에는 다시 오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하게 되고,
'죄송합니다. 음식이 다 떨어졌네요. 다음에 오시면 더 많이 드릴게요.'라고 하게 되잖아요.
아무리 프로라고 해도 사람이고 평가와 악플은 다릅니다. 연예인이 범죄를 저질러서 받는 지탄이라면 몰라도 정당한 평가와 악플은 명확히 구별됩니다.
예를 들어,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못 알아듣겠다까지는 정당한 평가지만
빽으로 꽂혔나, 연기공부 좀 하고 와라, 말 좀 똑바로 해라, 얼굴만 믿고 그따위로 연기하냐 이건 악플이죠.
황금만능주의가 도래하다보니 사람들이 돈만 내면 파는 사람한테 어떻게 행동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직원에게 무릎을 꿇라고 하거나, 하자가 없는 게 확실한 물건에 대해서 환불해 달라고 하거나, 키즈카페에서 아이 좀 봐달라고 한다거나(키즈카페라고 해도 아이는 부모가 돌봐야합니다.) 조금만 생각해도 옳지 않은 걸 알 수 있는데 사회가 각박해서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