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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9 18: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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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들, 특히나 권력에 의한 성범죄 피해자들을 돕고 가해자를 처벌하자는 것에는 백번 천번 공감합니다. 피해자들이 당당히 맞설 수 있게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하자는 것에도 공감합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게 법치주의 위에 설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 모든 것은 법질서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거잖아요. 그 피해자들이 법과 공권력의 도움을 받아 가해자에게 법으로 맞서고 법의 심판과 처벌을 내리게끔 도와야 하는게 맞는거지, 법치의 근간을 이루는 무죄추정의 원칙마저 무시하고 재판장이 아닌 티브이 신문지면 인터넷 기사란에서 판사가 아닌 여론이 맘대로 재판하고 맘대로 심판하는 이건 그냥 법질서 무시한 광기이고 야만이에요.
수사와 재판을 하기도 전에 언론과 SNS를 통해 파렴치한 성범죄 가해자로 낙인 찍어버리고 공인된 인간 쓰레기 취급을 하며 밥줄까지 끊어버리는 지금의 미투운동은 그냥 법질서를 무시한 여론재판, 광기와 야만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해서 대부분의 혐의는 가해자가 인정한 실제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냐고요? 그렇게 권력형 성범죄 파렴치범을 다수 찾아내지 않았냐고요? 네 그랬죠. 그래서 그 대가로 우리가 뭘 지불하고 있나요? 수백 수천년간 인류가 발전시켜온 법치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 인권에 대한 가장 기본 원칙들을 박살내고 있습니다. 특정 인권을 지키기 위해 법치를 훼손한다? 인권을 위해 인권을 박살낸다는 모순에 불과합니다.
미투를 하려면 sns나 언론이 아니라 검경에 고발을 먼저 해야 합니다. 언론은 그것이 정당한 수사결과를 거쳐 법에 의한 결론이 날 때까지 피의사실공표를 저지르면 안됩니다. 이게 올바른 미투인 겁니다. 법제도가 제 역할을 못해주니 이런거 아니냐고요? 그럼 그 법제도가 올바른 역할을 하고 피해자가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게끔 고쳐나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 법제도와 법치주의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건 그냥 광기에요.
성범죄 무고죄를 폐지하자는 개소리는 여성을 위하는게 아닙니다. 성범죄자라는 낙인의 무게감을 떨어뜨리는, 성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중범죄인지 그 엄중한 무게감을 오히려 휘발시키는 짓거리가 됩니다. 남에게 성범죄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 얼마나 엄중하고 무거운 일인지, 그것이 법적 절차에 의해 신중하고 주의깊게 내려졌을때만이 그런 무게감을 가질 수 있게 해야죠. 그런 의미에서 악의적인 목적으로 개나소나 아무나에게 성범죄자 낙인을 찍으려드는 무고죄 역시 오히려 성범죄자와 동급으로 크게 처벌해야 합니다. 성범죄가 타인의 인격을 살해하는 중범죄인만큼 성범죄자의 낙인 역시 성범죄자의 인생 전체에 걸친 큰 처벌이 되어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악의적 목적으로 누군가를 성범죄자로 낙인 찍으려는 행동 역시, 타인의 인격과 인생을 작살내려는 아주 심각한 중범죄가 되는 겁니다. 성범죄 무고죄를 성범죄자와 동급으로 처벌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펜스룰이 어쩌고 저쩌고 불만을 표하는 언론의 행태가 저는 이해가 가지 않네요. 미투 운동을 핑계삼아 멀쩡히 존재하는 검경의 수사보다 먼저 지들이 멋대로 판단하고 멋대로 여론을 이끌어 멋대로 처벌해버리며 법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고 피의사실 공표고 나발이고 다 개나 갖다줘버린 야만인들 주제에 뭔 멍멍이 소리랍니까? 무고에 대한 피해보상, 복구 방법 논의는 고사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조차 무시당하는 현 작태에서 남성들이 할 수 있는 합법적 대응 방법은 펜스룰 같은 극단적 방법 밖에 더 있나요?
혐의만 뒤집어 쓰면 그 혐의에 대한 증명 의무도 혐의자 측에 다 떠넘기고, 그 혐의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밝히는 과정이 적법절차 안에서가 아니라 여론전 여론재판의 돌팔매질이 선행되는데다가 혐의만으로도 밥줄이 끊겨버리고 범죄자 확정 취급을 받고 만약 그게 사실이 아닌걸로 밝혀지더라도 그때까지의 여론재판으로 받은 모든 피해를 전혀 보상받을 길 없이 몇몇 정신 못차린 트위터 병ㅅ들에게 꾸준히 악플공격이나 받는 것만 남는게 현실인데, 그 혐의를 받을 아무 여지조차 남기지 않겠다고 학을 떼는게 남성들의 당연한 반응 아니겠습니까? 이걸 조롱하고 비판하고 있는 작자들이 다름 아닌 여론재판의 선두주자 언론인들이란 점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언론의 탈을 쓴 야만인들은 사실 성평등이나 성범죄 피해자들을 응원하는 것에 관심이 없겠지요. 그냥 이렇게 싸움 붙여서 이슈를 만들고 그걸로 돈 벌 생각이나 하는 쓰레기들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장자연 리스트부터 제대로 까발려 보십시오. 자칭 언론 자칭 기자라는 쓰레기들아. 미투 지지하기 전에 장자연의 억울한 죽음부터 풀어줘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