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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20: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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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간단해요. 착한놈도 없고 나쁜놈도 없고 친구도 없고 적도 없죠. 그냥 개색히들만 가득해요. 남의 뒷통수쳐서 내 주머니 불리는게 목적인 개색히들. 여러 개별 사안들 각각의 케이스에서 나랑 같은편 개색히, 다른편 개색히만 있습니다. 거기다 여기선 같은 편인데 다른 사안에선 다른편 개색히가 돼요. 또 힘센 개색히가 있고 힘약한 개색히가 있으며 똑똑한 개색히가 있고 멍청한 개색히가 있죠. 결국 외교는 특정 사안에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스스로 똑똑한 개색히가 되어서 힘센 개색히들과 같은 편이 되어 다른편 개색히들을 짓누르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렇게 말하니 외교라는게 꿈도 희망도 도덕도 뭣도 없이 눈앞의 이익을 두고 미친듯 싸우는 사바나 정글 수라의 길로 볼 수도 있을텐데, 하지만 의외로 외교무대를 움직이는 원리는 ‘명분’에 있습니다. A나라가 B나라의 지갑이 탐이 나요. 그래서 한대 줘패고 ‘야 니 지갑 갖고 싶으니 내가 갖고 간다’하고 들고 가면 간단히 해결이 될까요? 아뇨, 그렇게 되면 평소 A나라의 주머니를 탐내던 C나라가 이때다 하고 나섭니다. ‘동네 사람들 여기 이 나쁜 색히 좀 보소! 이 나쁜놈을 우리가 힘을 합쳐 혼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D나라가 살포시 동조하며 ‘줄서봅니다’ 하고 나섭니다. 이 참에 A나라의 자동차 키를 훔칠 기회라 본거죠. E나라도 ‘3333333’하고 나섭니다. E나라는 A나라의 집문서가 탐났나 보네요. 이렇게, 국제 사회와 외교무대는 실제로는 실익을 위해 움직이지만 명분을 먼저 얻지 못하면 그 핑계로 내 재산을 노리고 수많은 나라들이 이때다 하고 달려들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 겁니다. 반대로 내가 명분위에 올라타고 있다면 나는 실익을 위해 움직이는데도 떡고물을 노리는 수많은 동조자들을 든든히 얻게 되는거죠. 즉 명분은 수많은 나라들이 뒤엉켜 사는 국제사회가 거대한 눈치게임으로 유지되고 있기에 그 속에서 내 편을 더 많이 만들어 남을 다구리치고, 다른이들이 모여 나를 다구리치지 못하게 막는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겁니다.
먼저 트럼프는 우리의 친구도 적도 아닙니다. 착한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개색히1번일 뿐입니다. 다만 남북문제를 필두로 한 여러 굵직한 사안들에 걸쳐 마침 우리랑 같은 입장에 있는 같은 편 졸라 힘센 개색히1번이죠.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에서 적자 보는 모든 라인을 다 집적거리길 원합니다. 그게 실익이 될지 허울만 좋은 손해가 될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하는 걸 조건으로 걸고 대통령 된 사람이니까요. 대북문제에 있어 우리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면서도 한미 FTA 가지고 질알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미간 무역 외에도 중국, 유럽, 전세계 동네방네 구석구석 다 뒤집어 엎고 다니는 중이죠. 그러나 트럼프는 치명적 약점을 여럿 가지고 있습니다. 대선때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은 미합중국 대통령으로서 아주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냉전이 와해되었다고는 해도 전통의 맞적수 러시아의 도움으로 미대통령이 당선됐다는 것은 미국민들의 정서가 용납할 수 없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으로서의 정당성, 즉 명분에 심대한 타격을 입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것을 해소할 강력한 한방을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오직 트럼프 본인의 특수성(장사꾼 출신의 합리적 사고)의 힘으로 해결하는 대업을 이루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거 한방이면 그 누구도 자신의 정당성에 의혹을 제기하지 못할 대단한 글로벌+역대급 위업이거든요.
한국의 문통은 남북문제를 화해모드로 끌고 가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것을 통해 산술적 이익을 계산하는 것 조차 불가능할 ‘평화’란 것을 얻을 수 있으며, 부가적으로 경제적 이익 역시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겪고 살아서 잘 실감이 안나지만, 한국에 많은 돈을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은 매우 리스크가 큰 시장입니다. 경제규모로 보면 나름 매력적 투자 대상이긴 한데, 휴전중인 분쟁국가라 수틀리면 여기 투자한 모든 돈이 휴짓조각 되는 거니까요. 종전선언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정착은 투자대상으로서의 대한민국에 아주 커다란 리스크, 불안정성 하나를 지워버리게 됩니다. 북한의 국지도발 한번에 외국인 투자자들 돈 빠져나간다고 우는 소리하는 뉴스를 들어야 하는 시대는 끝난다, 이 말입니다. 대한민국 원화 가치도 크게 뛸텐데 이게 수입도 수출도 다 많이 하는 우리 나라 입장에서 마냥 좋지만도, 나쁘지만도 않은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시장의 매우 큰 불안정성 하나 지우는 건 우리 경제에 큰 호재가 될 겁니다. 북한과의 경협도 생각보다 큰 이익이 되고요. 개성공단 가지고 북한 일방적으로 퍼주는 거라 착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동남아에 생산공장 지을 정도의 여력 안되는 중소기업들이 말도 통하고 서로 동질감도 많이 느끼며 나름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하는데 가격은 싼 북한 인력을 이용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매리트가 있다 이 말입니다. 여튼 우리 입장에서도 북한문제는 당연히 평화, 온건, 대화를 지향합니다.
일본은 아베가 여러모로 위기입니다만 중세 잽랜드란 멸칭에 걸맞게 ‘대안이 없으니까’, ‘정치 뭐 그거 관심 없고’라면서 억지로 앉혀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베는 오바마시절 미국이 눈감아주는 동안 아베노믹슨지 지럴뿅인지 계획적 엔저로 재미 쏠쏠히 봤습니다. 근데 트럼프 정권으로 바뀌고 난 후 미국의 태도가 바뀌었죠. ‘우리가 눈감아주고 손해보는동안 이득 많이 보셨죠? 이제 요금 지불하실 시간입니다 이색히들아’ 위에 말했듯 동맹이건 적이건 무관하고 손해보는 장사를 절대 하기 싫은 트럼프가 아베를 압박중입니다. 게다가 아베 개인의 비리까지 터져 궁지에 몰렸습니다. 일본 옆 어느 나라 수구세력처럼 북한이 뭐 막 핵질알이라도 쳐주면 그 핑계로 우익 에너지 원기옥이라도 땡겨보겠는데 북한이 대화, 개방하겠답니다. 미국도 오케이 콜 외칩니다. 거기에 백치아다다 대통령이 어버버 삽질하던 한국도 급변신 해서 대화 고고 외칩니다. 심지어 대북문제 주도권은 한국이 쥐고 있는거라 외치더니, 그 말대로 이 모든 대화국면을 쥐락펴락 조절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베는 미국에게 버림받고 국내 지지기반도 흔들리는 판에 북한 물고 늘어지며 나홀로 대북 강경 부르짖다 왕따 당하더니 뒤늦게 노선 바꿔 북핵 해결과 평화 정착에 한발 걸치려고 발작 쑈 해봤는데 이미 너무 늦었네요. 대북 문제에 대해 완전 찬밥 왕따 패싱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중국이에요. 시진핑 이색히는 북한이 미국이랑 친해지면 졸라 불편해요. 싫어요. 아주 몸서리가 쳐져요. 그래서 북핵문제 해결이 남북미 3개국이 쿵짝짝 해서 초고속으로 내달리자 엄청 불쾌해하고 안달 냈어요. 이후 북미간 협상이 서로 소강상태에 빠지자 이때다 하고 끼어들어 북한 쥐어틀고 속도조절을 시전중이에요. 북한은 중국 뒷배 삼으면 북미 대화에서 유리한 키가 생긴다 생각할거고, 중국은 대북문제의 키를 자기네가 쥐고 흔들면 미중간 무역전쟁에소 밑천 다 떨어져 슬슬 후달리고 있는 사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대북문제를 인질삼아 미중간 외교분쟁의 불리한 국면을 풀겠다는 심보에요. 심지어 이 색히는 북핵 문제 해결되는걸 바라고 있지도 않을거에요. 계속 미국의 눈엣 가시 겸 자기네 반 속국 취급으로 남아있길 원해요. 이 색히는 진짜 개색히 오브 개색히입니다. 이번에 시진핑 방북하네 어쩌네 하죠? 위에 말한 걸 기반으로 북미 협상 훼방하면서 중국 위엄 자랑할려고 저러는 겁니다. 우리 입장에선 진짜 개색히에요.
위에 명분 얘기했는데, 대북 지원 가지고 북한 퍼주기 어쩌고 하면서 비난하는 사람들, 그거 되게 싸게 먹히는 외교적 투자에요. 대북문제의 명분은 우리가 가지고는 있습니다. ‘우리 원래 한나라거덩? 니네 강대국 개색히들 때문에 갈라지고 전쟁나고 이꼴이거든?’ 이게 가장 강력한 명분이죠. 근데 부부도 갈라서면 남남이 되는게 세상 이치입니다. 남북간은 벌써 별거한지 70년이 다 된 그런 사이에요. 근데 그 별거 기간 중에 상대편의 옆집 아저씨가 존나 쌀가마니도 사다주고 애들 등록금도 내주고 하면서 추근대고 있어요. 나중에 가서 저 애가 우리 애에요! 내가 낳은 내 자식이에요! 주장해본들, 내가 일체의 양육비도 교육비도 용돈도 안 주고 일절 대화도 교류도 방문도 없이 살아왔다면, 옆집 아저씨가 나서서 ‘보셔, 가서 셀프로 포경수술이나 하세요. 니가 이 애들 용돈을 줘봤어 밥을 사줘봤어 어디서 이제와서 맨입으로 아빠 행세야?’하면, 눈뜨고 내 마누라 내 자식 빼앗기는 겁니다. 최소한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대화 시도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대북문제의 주체는 우리고 주도권은 우리 손에 있다는 것을 다른 나라들, 특히나 존나 검은 속내로 가득한 음흉한 옆집 아저씨에게 강력하게 천명하고 유지하는 최소한의 비용이었단 겁니다. 9년간 대화 끊고 지원 끊고 개성공단은 미친 그걸 왜 우리손으로 끊어가지고 우리 스스로 약속도 안지키는 삼류 신용불량 국가 취급 받게 만들고 그 대가가 지금 이겁니다. 나름 선방하며 북핵문제 해결과 종전+평화정착 문제에 백방으로 뛰고 있는 상황에 시진핑 개객끼가 끼어들어 깽판 놓는데 막을 방법이 없어요. 하다못해 개성공단이라도 지금 살아 있었으면 진짜 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