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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30 09: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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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잉여님이 잘 정리해주셔서 실질적인 이유도 그렇지만...
감성적인 이유도 추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오글" 이라는 단어에 미친듯이 민감하고 유치하게 느낍니다.
문학작품을 감성의 영역으로 대하던 과거와 다르게,
문학을 이성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평가하고 조롱합니다.
간단하게 런닝맨에서 전소민님이 감성글을 올릴때마다 온 멤버가 나서서 무안을 주거나
어떤 프로그램이든 채연씨가 출연하면 싸이월드때의 감성을 흑역사로 조리돌림하곤 합니다.
근데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문학이라 부르는 시들도 다 비슷합니다.
이육사 시인의 그 이름도 유명한 광야는
술먹고 길바닥에서 한탄하는 글귀로 폄훼할 수 있고,
윤동주 시인의 누구나 다 아는 서시는
새벽감성 터지는 이불킥 글귀로 폄훼가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지금 문학을 쓰는 작가들도 수체화 풍의 아름다운 글귀보다는,
보고서와 같이 명확하고 짧은 글귀를 선호합니다... 라기보단 그렇게 써야만 먹힙니다.
이부분은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 역시 짧게 언급한 적이 있지요.
감성을 감성으로 보질 않으니 자신의 표현을 부끄러워하고 글을 쓰는걸 부담스럽게 여깁니다.
그러다보니 과거와는 다른 문학을 후퇴시키는 수많은 표현이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줄임말들은 마치 신조어의 특징인것처럼 나오는데,
과거의 신조어는 꼰대(내가 속한 작은 그룹의 리더 ex.부모, 담임...), 짱(어떤 그룹의 수뇌), 빽(누군가의 후견인)...
현재도 사용하는 전업주부, 샐러리맨, 빡치다. 등등으로
어떤 새로운 개념이나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에 가까웠습니다.
근데 현대의 신조어는 대부분 줄임말이죠.
그리고 이것이 신세대의 특징인것처럼 대두되며,
이제는 말을 짧게 하지 않으면 노인네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오글"이라는 단어와 줄임말.
어쩌면 사람들이 문학에 거리를 두고 문해력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