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
2017-11-03 10: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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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캐릭터 업계에 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라이언도 그렇게 개성적이거나 독특하지는 않아요.
기존에 있는 캐릭터들 입모양 눈모양 손모양 짜집기 해서 만들어 진 형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캐릭터 업계"라고 말하는 게 좀 웃기는 일인게...
캐릭터 전문기업이 생각보다 별로 없어요.
여러분이 많이 보는 캐릭터들의 많은 종류가 캐릭터 전문기업에서 나온 게 아니거든요.
그 캐릭터 전문기업이라고 불리는 곳들은 보통 여러분이 들어보지도 못한 캐릭터 수백종을 이미 등록해 놓았습니다.
동물로 만든 캐릭터는 진짜 단순하게 만들어도 다 비슷한 게 존재합니다.
그래서 얘들이 뭘로 돈버냐... 법무법인 끼고, 비슷해 보이는 그림을 상표나 이런 걸로 등록한 업체들에 저작권 침해소송을 걸겠다 하여 돈을 뜯어요.
알게 모르게 주변에 외식업계 하려던 분들 중에 이런 거 당한 분 꽤 있을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소송으로 가면 질 때도 있지만 이길 때가 더 많습니다.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걸 베꼈다고 판결하기 시작하면, 마치 애플이 "모서리 둥근 건 죄다 우리 디자인 베낀거다!" 하는 거랑 비슷한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어지간히 비슷한 경우에도 잘 안잡아요.
아주 노골적으로 "와피스"처럼 베꼈을 때도
소송과 소송끝에 오랜 기간을 들여서 겨우 이겼죠... 그 정도 노골적인데도 말입니다...
이건 양날의 검이에요.
창작하는 사람 입장에서, 내 머리에서 나왔지만 다른 것과 아주 유사한 경우는 아주 많죠. 특히 그게 캐릭터라면, 기존에 있는 어떤 동물 또는 사물을 "단순화" "이미지화" 하는 작업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유사하게 나올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죄다 저작권으로 묶어서 보호하지 못하는 거에요. 그렇게 해버리면 창작에 대한 의욕이 확 꺾이는 경우가 발생하니까요.
그래서 저작권 등록 해 보면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판단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대신, 저작권을 통해서 보장받는 범위가 줄어들 게 되는 거죠. 명백하게 동일한 것을 그대로 베끼지 않는 이상은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모자와 안경을 쓴 마시뽀로 같은 캐릭터가 등록이 가능한 거죠...
이게 갖고오게 된 문제가 뭐냐하면... 이 경제체제의 고질적인 문제점과 맞물리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정말 괜찮은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저작권까지 등록했다고 쳐보죠.
개인이거나 아주 작은 기업이요.
그런데 이게 유명해지기 전에 대기업에서 이 캐릭터를 봤어요.
이 캐릭터가 괜찮고 먹힐 것 같으면 이 캐릭터를 사느냐?
아니죠. 비슷한 캐릭터 만들고 그걸 물량으로 풀어버리면 사람들이 어느 게 먼저인지 신경도 안쓰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은 무조건 대기업을 끼고 물량을 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구조가 됐어요.
그게 아니면 선 컨텐츠가 존재하여 그 컨텐츠가 널리 알려져서 그에 따른 캐릭터 사업으로 부수적으로 가거나 말이죠...
대기업에서 그런 식으로 물량으로 만든 캐릭터를 가지고 "후 컨텐츠" ,
즉 그 캐릭터를 가지고 만든 애니나 만화들이 잘 안되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해요.
네이버든 다음이든 다 마찬가지죠. OSMU니 뭐니 해서 달려드는데, 순서가 틀리면 그게 안먹힙니다.
위의 캐릭터 전문기업들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게, 본인들도 그냥 캐릭터만으로 밀어서 답이 없는 걸 알아요.
그러니까 저런 방식을 돌리다가 언제 한 번 대박나기만 노리고 있는 거고,
그게 아닌 경우는 지자체 캐릭터 공모사업만 대놓고 노리고 다니는 업체도 있구요...
그런 걸 캐릭터 전문기업이라고 불러야 할지 말지 고민이 되지만
저렇게 이름 붙이고 협회같은 거 만들거나 들어가서 돈 좀 부지런히 내면
각종 캐릭터 공모사업이나 이런 저런 국가 컨텐츠 사업에 심사위원이나 강의하러 다니게 됩니다.
그럼 그 때 부터 전문가라는 타이틀 달고 다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