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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1 12: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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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자 심리"라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죠. 이게 사람들 입다물게 만드는 데 직빵이거든요.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에 커뮤니티에서 지겹게 나왔던 말 중에 하나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라는 이야기 였어요.
일견 맞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진보쪽 인사들조차도 공공연히 이야기 하던 부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 보다는 그 때 유시민 작가가 보여줬던 독기어린 슬픔을 담은 눈빛이 더 공감이 갔어요.
모두의 책임으로 나누면,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피해갈 수 있는 거죠.
모든 남성이 가해자인 것으로 나누면
실제로 가해자인 남성에게 가야할 분노와 책임이 나눠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전부 끌려나와서 싸움에 말려들게 되는 거죠.
사회적 문제가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필요할 때만 편리하게 돌려서 써먹는 거죠.
예를 들어서 이번 화재 참사 같은 건에 대해서도,
예전에 비슷한 사건이 터졌을 때
언론이나 정부가 커버를 치려고 할 때는 "사회가 만들어 낸 문제"로,
공격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는 소방관을, 대통령을, 관리하는 사람을 찍어서 문제를 제기하죠.
두가지 문제는 언제나 공존하는데, 그저 부각시키고 싶은 때 부각시키고 싶은 쪽을
취사 선택해서 쓰는 것.
이게 "뷔페니스트"라고 불리는 현재의 "페미니스트"와 취향이 닿아있는 것이죠.
학술적으로 뭐라고 부르는 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부터 그걸 "공범자의식" 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그리고 그거에 매몰됐던 책임을 남들에게 떠넘겼던 사람들이 지금도 문재인 대통령을 감싸는 척 하면서 뻑하면 노무현 대통령을 팔아먹죠.
그건 그 죄를 지은 놈들한테 물어야죠.
되지도 않는 공범자 의식을 만들어 내서 모든 죄를 나눠서 가지게 만들 생각들 하지 말고.
이런 얘기를 하면
일본과 전범 이야기로 물타기를 하려는 사람도 좀 봤어요.
저는 '지금의 일본인'들이 '전범의 죄'를 지었다고 이야기 하는 건 잘못된 공범자의식이라고 봐요.
지금의 일본인들이 "새로운 죄를 짓고 있는 경우"와는 달라요.
그러한 역사가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무시하고 왜곡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죄를 짓고 있는 거죠.
그 죄는 "학살과 전쟁의 죄"가 아니라 "역사와 진실을 감추는 죄"에요. 죄목이 다른 거죠.
그래서 모든 일본인 개개인이 사죄하라는 게 아니라, 그때의 가해자가, 또는 그 가해자의 대표격인 총리나 일왕이 사죄하는 게 맞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