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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1 23: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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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의원이 환빠라니? 라는 생각에 검색을 해봤는데 주진오 교수의 글이 나와 달아봅니다. 쉽게 판단할 사안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도종환 의원이 문체부 장관후보로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알 아는 분들이, 도종환 의원을 유사역사학 신봉자로 단정하는 글을 올리고 여기저기 퍼져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네요. 매우 유감스러워 댓글로 달려다가 길어져서 따로 글을 올립니다.
저는 한국의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는 도종환 의원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학사 뿐 아니라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데, 그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 주었던 국회의원은 없었습니다. 그와 함께 반대운동을 함께 했던 저로서는, 그렇게 진심을 다해 주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도 그가 당선되기를 바랬지요. 그런 그를 역사와 관련있는 분들이 나서서 흔들어대는 모습이,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가 유사역사학과 가깝다는 것은 그리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우려의 말들을 동료 역사학자들한테 들었고, 직접 전달한 적도 있지요. 본인은 분명히 저에게 그렇지 않으니 염려말라고 했습니다. 더구나 최근에 구체적으로 그 쪽과 관련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거로 제시되었던 축사 내용만을 가지고 그렇게 단정짓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도 유사역사학에 대해서 비판적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지식인들 가운데는 식민사학과 그 잔재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반드시 유사역사학 추종자 나아가 '환빠'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그런 현상에 대해 비판하기 전에, 저를 포함한 역사학계가 그에 대해서 그동안 무책임하고 무성의하게 대응해 온 것에 대한 자기반성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들이 검증되지도 않은 논리로 대중을 현혹시키는 동안, 외면하고 침묵으로 일관해 왔지요.
그러다 보니 대중은 물론, 지식인들 사이에 그에 빠져 드는 분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설령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오로지 그 잣대 하나만을 가지고 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전 인생을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명확한 증거나 본인의 확인도 없이, 도종환 문체부 장관 후보자를 흔들어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청문회에서 시달릴텐데 말이지요. 그런 말을 과연 누가 더 즐거워 할지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정치인 이전에, 시인 도종환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문체부 장관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족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지요.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문체부가 아니라 교육부에서 임명하게 되어 있습니다.
출처: 주진오 교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