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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4 21: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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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러 수많은 분야의 학문들(진화생물학, 인류학, 발달심리학, 인지심리학, 비교문화심리학, 신경과학, 언어학 등등등등등)의 산재해 있는 연구결과들이 하나의 공통사항을 말해주고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인간은 문화와 인종을 떠나서, 인류보편적으로 그렇게 선천적으로 설계된, 생득적인 essentialist다. 라는 것 입니다. 생물학적으로 미리 프로그램된(격렬한 총잡이님의 말을 빌어 초깃값)으로 미리 갖추고 태어나는 보편적 특성이 essentialist라는겁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인간은 사물이나 물질의 이면에 어떤 보이지 않는 가치, 이면에 있는 어떤 것, 즉 엣센스가 존재한다고 가정할 수 있는 능력이나 혹은 그것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성을 미리 갖추고 태어난다는 말 입니다. 이것에 대한 증거는 여러분야에서 상당히 많이 산재하며 쌓여있습니다.
가령 아기는 사물의 겉모습을 보고 보이지 않는 속성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그것이 가능해야 생존에 유리하죠)
9개월된 아기는 엄마가 상자를 건드리면 소리가 나는 것을 알아채고 똑같은 모양의 다른 상자에서도 소리가 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더 많이 추론을 하는데 점차 사물이 속한 범주(category)에 따라 그걸 일반화하죠
자세한 내용은 : Baldwin, D. A., Markman, E. M., & Melartin, R. L. 1993. Infant's ability to draw inferences about nonobvious object properties: Evidence from exploratory play. Cognitive Development, 64: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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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연구에서는 세 살 된 아이에게 울새 사진을 보여주고 울새의 피에 어떤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면서 숨은 속성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사진 두 장을 더 보여주었다. 하나는 울새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다른 범주에 속하는 박쥐의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생김새는 달라도 같은 범주에 속한 홍학의 사진이었습니다. 어떤 동물의 숨은 속성이 울새와 같을까요? 아이들은 범주를 기준으로 홍학을 선택했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완전한 essentialist는 아니어도 겉모습이 아니라 사물 이면의 어떤 심오한 의미를 섬세하게 포착한다는 뜻이죠.
참고 : Gelman, S. A., & Markman, E. M. 1986. Categories and induction in young children. Cognition, 23:18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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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방식을 약간 수정한 무수히 많은 여러 다른 연구들에서도 두 살이 되기 전 아기에게서 반복검증된 같은 결과를 얻었죠.
예를들면 이런 연구들 :
*Gelman, S. A., & Coley, J. D. 1990. The importance of knowing a dodo is a bird: Categories and inferences in 2-year-old children. Developmental Psychology, 26:796-804.
*Graham, S. A., Kilbreath, C. S., & Welder, A. N. 2004. 13-month-olds rely on shared labels and shape similarity for inductive inferences. Child Development, 75:409-27.
*Jaswal, V. K., & Markman, E. M. 2002. Children's acceptance and use of unexpected category labels to draw non-obvious inferences. In W. Gray & C. Schunn (Eds), Proceedings of the twenty-fourth annual conference of the Cognitive Science Society. Mahwah, NJ: Lawrence Erlbaum Associates.
*Welder, A. N., & Graham, S. A. 2001. The influence of shape similarity and shared labels on infant's inductive inferences about nonobvious object properties. Child Development, 72:165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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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는 개에게서 속(피와 뼈)을 제거하면 더 이상 개가 아니지만 겉모습을 제거하면 여전히 개라고 여긴다는걸 밝힌 연구도 있습니다.
그리고 유아는 심오한 속성을 공유하는 동물(안에 든 내용물이 동일)과 피상적 속성을 공유하는 동물(같은 동물원, 같은 우리에 거주)에게 각각의 이름을 붙이죠.
참고: Gelman, s. A., & Wellman, H. M. 1991. Insides and essences: Early understandings of the nonobvious. Cognition, 38:213-44
심지어 호저(고슴도치 같은 동물인데 구글에 검색해보시면 압니다)의 겉모습을 점진적으로 변형해가며 합성하여 점점점점 사진이 선인장처럼 보여가게 하거나, 호랑이에게 사자 옷을 입히거나, 살아 있는 개를 장난감처럼 보이도록 찍은 그런 식의 사진들 여러장을 아동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아동들은 그렇게 심하게 변형된 모습을 보고도 다른 범주로 생각하지 않고, 겉모습에 현혹되지도 않고, 호저, 호랑이, 개를 정확히 알아보았답니다.
참고 : Keil, F. 1989. Concepts kinds, and cognitive development. Cambridge, MA: MIT press.
이런식의 essentialism은 일종에...범주(Categorization)를 생각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모든 호랑이에게는 호랑이를 호랑이로 만드는 심오한 속성이 있죠
그래서 이것들이 어쨌다는 말인가 하면..
잘 생각해보세요. 이런 경향성은 인간이 세상의 특정한 일면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자연스러운 일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