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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9 22: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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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목적은 그런것이 아닙니다.
문제점을 발견한다 함은 정상(normal, 수적 우세에 의한 다수라는 개념임.)적이지 않은 이상(abnormal)적인 정신과정이나 행동을 뜻하고 그것에 개입을한다라는 임상(클리니컬)적 얘기인데, 그게 심리학의 목적일까요? 그렇다면 생물학과 의학의 차이는 뭔지 생각해보시죠
심리학은 외진 연구실에서 혼자만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는‘독백의 학문’이나, 정신이 이상한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고 치료해주는 학문이 아닙니다.
이건 정말 심리학도로서는 지긋지긋하게 들리는 오해중에 하나인데...
심리학은 정신과정이라는 자연현상, 정상인들(인류 대다수라는 뜻, 옆집 김씨 아저씨의 심리, 앞집 철수의 심리가 아니란 말. 이 말은 화학으로 비유해보면 모든 바위와 돌이 제각기 다른데도 어떻게 연구하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죠)의 정상적인 정신과정들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그런 정신과정의 예로는..사람이라면 누구나 행하는 감각부터 시작해서 각종 지각과정, 기억, 언어처리, 사고과정등등의 거의 모든 인지과정, 즉 거의 모든 정신과정과 행동을 '경험수준'에서 파보는..그러니까 기술하고, 설명하고 그걸바탕으로 또 예측하고, 통제하는 학문입니다.
그냥 아주 쉽게 얘기해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모든 정신과정과 행동에 대한 학문입니다. 생물학자와 의학자는 모두 세포나 그것을 이루는 분자구조와 원리, 해부학적 지식, 생리학적 지식등 각종 생명과학적 지식을 익히는 전문가지만 둘은 목적상 전혀 다르죠. 생물학은 그냥 생명현상을 기술하고 설명하고 하는 그런 광범위한 학문이고, 거기서 나온 부산물적 지식을 특정목적..여기서는 '병의 치료나 그와 관계된 기술'에 응용을 시키면 그것이 의학이라 불리는 것이고요. 이게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차이죠.
심리학도 같습니다. 심리학은 정신과정과 행동에 대한 기초학문입니다. 이것의 응용분야는 많죠. 임상심리학이 대표적이고, 위의 생물학과 의학의 관계처럼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관계도 같구요.
어떤 자연현상을 '경험수준'에서 파본다 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철학과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심리학을 포함해서 '과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학문들과 철학을 위시한 '인문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학문의 차이는 지식을 만들어갈 때 경험적(empirical)한가 사변적(speculative)인가의 차이 입니다. 애초에 경험주의(empiricism)란 개념 자체가 철학에서 나왔는데(이런식으로 따지면 철학과 관계 없는 학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리학전공이든 철학전공이든 생물학이든 박사학위이름이 왜 철학박사Ph.D인지 이유가 다 있잖아요), 실증적인 방법으로 지식을 만들어가는 그런 학문을 말합니다.
예컨대 저 돌다리를 건너도 안전한가에 대한 지식을 만들려고 직접 가서 두들겨보고 건너도 보고 한다는거죠. 학문 수준에서 이 '경험' 이라 불리는 것의 요체는 '실험'이고 거기서 오는 데이터들이 연구의 재료이고요. 심리학도 상당히 정량적이고 data driven한 경험 과학입니다. 반면 사변적인 학문들은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하게 이성적 직관이나 인식, 혹은 논리적 사유를 통해 지식을 만들어갑니다. 돌다리에 관한 그런 깊은 사색을 하면서 지식을 만드는거죠. 오늘날에는 이런 철학이 '떡밥' 던지기의 역할(다른말로 질문 던지기)를 하고 있고요. 경험과학은 그런 떡밥을 받아물고는 이런식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실증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려 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