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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4 22: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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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나가면 삼천포를 너무 많이건널것 같아서 이쯤에서 그만하도록 하고
도대체 이게 사랑이랑 무슨상관이란걸까요?
우리는 예쁘고 잘생기고 매력적인 사람을 배우자로 맞이하고 싶어하지만 종종 진정한 사랑, 진정한 우정을 자주 언급하고 그것에 신경을 씁니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이상형이 뭐냐는 질문에 그냥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는 언급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진짜 좋은 성격이란게 뭘까요? 말을 만들어서 의미를 붙이는 dumbfounding이전에...결국 진짜 '성격'을 의미했을까요? 실은 무언가 피상적인 특성보다는 무언가 본질적인것을 원한다고 말하는 것 아닐까요? 예컨대 '의미감' 같은것이요.
우리는 가끔 진짜 추하고 못생긴사람에게, 본인이 헉소리가 날 정도로 매력점임에도 그사람에게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걸 압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종종 보이죠. 왜그럴까요?
분명 외모는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떤 커플들이 아무리 자기가 슈퍼모델급이라도 자주 이런 질문들을 서로에게 하곤 합니다. "내가 사고가 나서 얼굴이 심하게 망가지고 불구가 되더라도 나를 여전히 사랑해줄꺼야?" 왜 이런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것일까요?
그 사람은 무언가 '본질'을 본다고 여기고 사랑한다고 믿는겁니다.
니가 얼굴이 잘생겨서 사랑하는게 아니야. 직업이 좋아서 사랑하는게 아니야. 니가 금수저라서 사랑하는게 아니야. 니가 그냥 너라서 사랑하는거야. 이게 진정한 사랑이라면 결국 essentialism을 반영하는 겁니다.
우리는 얼굴이나 몸에만 끌리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나 지능에도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쩌다 어떤 특질을 지닌 어떤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어떤 특질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조지 버나드 쇼가 이런 말을 했었죠.."사랑은 한 사람과 다른 모든 사람의 차이를 한없이 과장한다."
마치 사자를 호랑이와 구분하는 범주화가 아니라 호랑이를 호랑이와 구분하는..즉 개체의 특성을 구분짓는 범주화..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음에 부산에 있는 분수에 동전 하나를 던지면 수많은 백원짜리중에 하나는 분명 서울에서 던진 동전인것은 확실합니다. 사람들은 고유한 본질을 가진 개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유명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How can you be so sure that a prospective partner won't leave the minute it is rational to do so-say, when a 10-out-of-10 moves in next door.
One answer is, don't accept a partner who wanted you for rational reasons to begin with, Look for a partner who is committed to staying with you because you are you."
"장래의 배우자가 합리적인 이유로 떠날 때가 됐다고 판단하는 순간 떠나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이를테면 소위 10점 만점에 10점인 사람이 새로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애시당초에 합리적인 이유에서 나를 원하는 사람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내가 나이기 때문에 함꼐하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헛소리로 들릴 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헛소리죠. 내 배우자가..내가 아니라 내 지능이나 돈이나 외모에만 관심이 있으면, 그 관계는 사실 깨지기 쉽습니다.
자 상상해보세요.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어떤 사람이 있다 상상해보세요.
비단 연인 뿐만 아니라.. 친구던, 가족이든, 부모님이든....
엄마를 상상해본다고 쳐봅시다.
그리고 만약 그 특별한 사람과 똑같이 생겨서 아무도 구별하지 못할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유전자가 동일하고, 부모도 같고, 같은 집에서 자랐다고 생각해보세요. 한마디로 일란성쌍둥이..
아니 그냥 모든 수준에서 똑같은 분자수준에서 똑같은 복제인간이 있다고 쳐봅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다 할 때 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생각할까요?
우리가 어떤 사람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특징에 끌렸다면 쌍둥이, 복제인간에게도 똑같은 매력을 느껴야 합니다. 근데 실제로 그렇게 될까요?
무언가 섬뜩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 섬뜩함은 어디서 오는걸까요? 우리가 갖고 있는 Essentialism에서 옵니다..
이에 관한 연구도 이미 있습니다. 정말 아주그냥 완전히 똑같이 생긴 일란성 쌍둥이와 결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연구가 있는데..그중 알아낸 결과 하나가 자기가 결혼한 '그 배우자' 에게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똑같이 생긴 쌍둥이에게는 그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라더군요.
참고 : Wright, L. 1997. Twins: And what they tell us about who we are. New York: Wiley.
이게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사랑' 아니었나요?
왜 우리는 닮은 어떤 사람이 아니라, '특정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요?
그 사람에게서 소중한 어떤 가치, 이면에 있는 심오한 가치, 어떤 뭔지는 모르겠지만 갖고 있는...
우리 스스로가 부여한 '의미감'을 그 사람에게서 찾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예술작품이나, 명품이나, 음식이나, 정서적 대상을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내가 샤갈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것을 복제품으로 바꿔치기 한다면, 나는 그 차이를 말할 수 없으면서도 기분이 나빠질 것입니다. 나는 똑같이 생긴 다른 그림이 아니라 '그 그림'을 원하는 겁니다. 가짜 롤렉스시계는 아무리 정교해도 진짜보다 가짜가 떨어지죠. 와인에 얽힌 이야기들, 예술품들, 명품들, 모두가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학자들에게 영감을 준 capgras 증후군이라는 매우 특수한 장애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참고 : https://www.youtube.com/watch?v=dqBGzkz1oDU
이 증후군은 편도체 인근 영역이 특정한 방식으로 손상되어 나타나는 증상인데...자신의 주위에 있는 어떤 사람들, 예컨대 배우자나 가족, 친구 같은 가까운 사람들이 단지 똑같이 생긴 다른 사람들로 위장했다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증상을 보이는 것 입니다.
즉, 엄마를 알아보고, 마누라를 알아보지만, 절대 그 마누라를 내가 예전에 알던 마누라와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아주 아주 특수한 양상을 보이는 장애입니다. 보통 이런 증후군을 앓던 사람들 중에는...두려움과 분노 반응을 보이며 가족을 살해한 비극적 케이스도 있는데..상당히 재밌는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평소 애인의 성적 능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성기도 작고, 섹스 기술도 부족하다고 늘 배우자에 대해 불평하던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자가 그 뇌손상을 당하고 캅그라스 증후군을 보여버렸죠. 뇌손상을 당한 뒤에..배우자와 조우했습니다..
전에 사귀던 남자와 똑같은 사람이지만 자신에게는 '새로운 사람'을 만난 것이죠.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가 이번에는 그 남자를 남자답고, 잘생겼으며 귀족적이라고 여겼습니다.
성적, 낭만적 감정이 어떤 깊은 곳에 머물러 있다가 편도 부분 특정 영역의 뇌손상을 입은 덕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애인을 괜찮은 다른 사람으로 새롭게 dumbfounding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걸 명심해야 합니다...우리가 어떤 무형의 정보 즉 '지식'을 습득하면 우리 경험 자체는 바뀌지 않지만, 그것때문에 우리의 경험에 부여하는 가치가 달라지고, 경험에 관해 말하고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셰익스피어의 표현처럼 '사랑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즉, 주관적 의미를 어떤식으로든 대상에... 멋대로 부여 하는 것)....
사랑의 본질주의적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죠..
참고 : Feinberg, T, E., & Keenan, J. P. 2004. Not what, but where, is your "self"? Cerebrum: The Dana Forum on Brain Science, 6:4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