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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3 20: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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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뷰티풀 군바리를 보면서 군문화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여주의 모습이 '순응하는 게 가장 좋다'고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의 시발점인 최남새 작가나 다른 몇몇 사람들의 생각 또한 그렇게 읽었다고 생각해요.
주인공의 생각은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주인공의 생각기조가 작품의 방향성인 거죠.
간단히 생각하셔서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생각하였나?'가 작가가 사람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라 생각하신다면
'군대에서 하란 대로 할래. 전에 반발했던 사람은 망했고, 실제로 적응하니 편하네.' 정도로 나오고 있어요.
지금까지 나온 스토리로 결말을 예측하는 건 아주 멍청한 짓이겠지만, 일단 당장의 내용만 보면 그렇지요.
이 흐름에서 아노르님처럼 '그래선 안 돼!' 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반복해서 말하자면 그건 아노르님의 생각지평이 훨씬 넓어서 가능한 거지
결코 작가가 유도해서 해낼 수 있었던 생각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건 존재할 수 없어요. 사진마저도 자신의 필터로 보이는 장면을 인쇄합니다.
현실세계를 세밀히 묘사할 때, 그 묘사는 작가의 사회적 신분, 성별, 노출된 상황, 나이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또한 이상적인 걸 지향하는 게 제 개인취향이긴 합니다만, 디스토피아적 작품이나 추악하고 더러운 작품은 그래서 더더욱 이상적입니다.
그래선 안 된다고 말하니까요.
아마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부분에서 아노르님과 저 사이에 의견차가 발생한 거 같군요.
아노르님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를, 말 그대로 현실세계에 있을 법하며 그것에 작가의 생각이 개입할 수 없다고 판단하신 거 같고
저는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를, 현실세계에 있을 법하지만 작가의 생각이 개입되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용서받지 못한 자들'이라는 작품을 보지 못해 내용을 짐작으로만 말하는 점 죄송합니다만,
그 작품을 예시로 드셨다면 작품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떠신지 느끼셨을 거라고 봅니다.
제목으로만 본다면 아마 진행되는 내내 '이래선 안 된다'는 기조가 깔려 있을 테지요. 그러니 아노르님도 인상깊게 보셨던 걸 테구요.
다시 말하지만 현 내용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당장 지금 나온 것만으로 짐작하는 건 멍청한 행동입니다만
저는 '뷰티풀 군바리'의 작품 분위기가 현실적인 군대 모습을 보여줘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용서받지 못한 자들'처럼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까지 도출되는 게 아니라, "이게 편하더라"는 작가의 감상으로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었고, 이러니 편했다'는 정도로 고해하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좀 더 좋게 말하자면 개인의 힘들었던 군 생활에 대한 회고록 정도겠지요. 나쁘게 말한다면 용서해달라는 내용으로도 보이구요.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부조리에 대한 거부'를 잠깐 비추었을 지언정
그게 독자들에게 '옳지 않으니 부조리에 저항해야 한다'는 메세지까지 닿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수아가 이건 부조리다, 옳은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메세지가 적다고 봐요. 고난에 비해 아주 빠르게 적응했어요.
물론 그게 개인이 편하게 사는 방법이긴 합니다만 작품에서는 진짜 메세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방법이라 봅니다.
수아가 어떤 방법이든, 단지 생각 뿐이라 해도 부조리를 거부하는 장면이 나오길 바라고 있어요.
결국 작품을 읽어내는 건 독자의 몫이고, 독자의 역량에 따라 얻어가기 마련이죠.
다양한 반응이 나와서 공론화된다면 내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향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저와 다르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낸 아노르님의 생각에 많이 영향받고 갑니다.
그리고 윗댓글에서 비아냥거리며 말한 건 죄송합니다. 경솔했습니다.